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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집이 잠겼는데…” 물바다 방콕서 제트스키 묘기 부린 배우 아들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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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9. 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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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도로를 무대로 '도넛' 곡예 영상 촬영
법원, 집행유예·제트스키 몰수형
지대 높인 부촌서 흘러내린 물, 저지대 서민촌 직격
현장 찾은 총리에 냉소와 야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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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침수된 방콕 시내 도로에서 제트스키를 타며 묘기를 부리고 있는 손 케아드시리의 모습. 해당 모습은 태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타이PBS 캡쳐
대홍수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긴 태국 방콕에서 침수 도로를 제트스키로 질주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용 영상을 촬영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피해가 저지대 서민층에 집중된 이번 홍수를 둘러싸고 계급 간 격차와 행정 불평등에 대한 여론의 공분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타이PBS에 따르면 방콕 북부 지방법원은 전날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불편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손 케아드시리(27)에게 징역 15일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0바트(약 20만 원)를 선고하고 1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당초 구형은 징역 1개월에 벌금 1만 바트(약 40만 원)였으나 범행 자백이 참작돼 형량이 절반으로 감경됐다. 범행에 사용된 제트스키는 몰수됐다.

유명 여배우의 아들로 알려진 손은 지난 27일 침수된 방콕 시내 도로에서 제트스키를 좁은 반경으로 회전시키는 이른바 '도넛' 묘기를 펼쳤고, 동행한 친구가 이를 촬영했다. 해당 영상은 당일 저녁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은 "외국인 친구의 권유에 따라 홍수로 지친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이를 도시 부유층이 빈곤층의 재난과 고통에 얼마나 둔감한지 보여주는 단면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거주하는 클롱토이 빈민가 일대도 침수된 래퍼 겸 사회운동가 타나윳 나 아유타야는 "화제성 영상을 제작하는 이들은 실제 수해를 겪는 삶이 어떤 것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며 "더 많은 자원을 이재민 지원 대신 개인 콘텐츠 제작에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록적 폭우는 근본적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며 관료 부패와 예산 낭비, 중앙 집중적 권력 구조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자원과 예산을 독점하는 구조 탓에 만성적인 배수 불량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비가 내려도 홍수는 불평등하고 권력도 불평등하다"며 "그 대가는 오롯이 국민이 치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번 홍수는 부촌 일부도 덮쳤으나 주거 구조에 따른 격차는 확연했다. SCMP는 상습 침수 도시인 방콕에서 부유층은 주택 부지 기초를 높게 쌓아 올리는 경우가 많아, 부지에서 흘러나온 빗물이 도로 배수구를 거쳐 인근 저지대 서민 주거지로 쏟아져 유입된다고 전했다. 부촌 주택을 시공해 온 한 건축업자는 "기초를 높이거나 차수 시설을 보강할 여력이 없는 주민들은 가장 낮은 지대에 무방비로 남겨진다"며 "결국 지대가 가장 낮은 집에 물이 가장 오랜 기간 고여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Thailand Extreme We... <YONHAP NO-0468> (AP Photo/Sakchai Lalit)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긴 태국 방콕에서 2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침수된 거리를 헤치며 걷고 있다/AP 연합뉴스
저지대 서민들의 피해는 생계 단절로 직결됐다. 급격한 수위 상승에 시 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배달 등 플랫폼 노동 일감마저 끊겨 일용직 근로자와 도시 빈민의 수입이 중단됐다. 방콕시는 지난 26일 50개 구 전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나 강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집중된 동부 지역의 물은 빠지지 않고 있다. 동부 2개 구역은 28일 기준 물이 성인 목 높이까지 차올랐으며, 고립된 주민들은 식수와 음식 공급이 끊긴 채 사흘째 버티고 있다. 누전에 따른 감전 사고 위험과 하수관에서 역류한 뱀의 출몰도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민심의 분노는 총리도 피할 수 없었다. 대형 건설사 가문 출신 부호들이 대거 포진한 내각을 이끄는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는 해외 순방 일정을 단축해 귀국한 뒤 27일 저녁 방카피구 클롱찬 공공주택단지를 방문했다가 주민들의 야유를 받았다. 26일 새벽부터 침수로 단전·단수와 식량 부족을 겪던 주민들은 현장을 찾은 아누틴 총리를 향해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고 비꼬아 외쳤다.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을 지지하면 "돈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공약했던 아누틴 총리의 선거 구호를 비판한 것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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