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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로폴리스’, 고전으로 오늘의 연극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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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9. 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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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5부작, 5인 연출가가 각기 다른 언어로 그리스 비극 재해석
"AI·재난·달라진 관객에 연극도 준비해야"…올해 3~5부 이어져
[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Ⅲ~Ⅴ(2026) 통합 기자간담회 사진_단체컷01(왼쪽부터 임일진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30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임일진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단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한 비극이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는 고전을 한 가지 방식으로 재현하는 대신 5명의 연출가가 각기 다른 시선과 언어로 5부작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국립극단은 30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선보인 1·2부에 이어 올해 공연 중인 3부 '오이디푸스'와 4부 '이오카스테', 마지막 5부의 방향을 소개했다. 독일에서는 한 연출가가 5편 전체를 맡아 마라톤 형식으로 공연했지만, 국립극단은 5명의 한국 연출가가 한 작품씩 맡아 서로 다른 연출 언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3부 '오이디푸스'를 연출한 강량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술의 산업화와 AI, 각종 재난 등 연극이 마주한 새로운 환경을 언급했다. 그는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재난이나 여러 산업화, 예술의 경제적 기울어짐에 대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고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오이디푸스(2026) 공연사진 10
강량원 연출의 연극 '오이디푸스' 중 한 장면. /국립극단
'오이디푸스'에서는 오이디푸스를 장애인이자 이주민으로 설정하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시선도 무대에 끌어들였다. 강 연출은 원작의 재난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인간적 관점을 살리면서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말뿐 아니라 몸과 목소리 역시 표현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4부 '이오카스테'는 전쟁을 막으려는 이오카스테의 협상에 초점을 맞춘다. 서지혜 연출은 두 아들의 전쟁을 막기 위한 협상 과정이 반복되다 결국 실패하는 구조에 주목했다. 에테오클레스의 전쟁 선포는 대국민 선언으로, 폴리네이케스의 발언은 기자회견으로 바꾸는 등 고대의 상황을 현대의 정치·언론 장면과 겹쳐 놓았다.

서 연출은 전쟁 속보와 사망자 숫자를 반복해서 접하면서 무감각해지는 현대 관객의 모습을 언급하며, "현재 우리가 보는 장면을 중첩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전쟁과 폭력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그 과정에서 대화와 선택이 가능한지를 들여다본다.

[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Ⅳ] 이오카스테(2026)_홍보사진 05
'안트로폴리스 Ⅳ 이오카스테' 홍보 사진. /국립극단
5부 '안티고네/에필로그'를 맡은 정영두 연출은 언어뿐 아니라 움직임과 형식에 주목한다. 그는 "말과 메시지에 익숙해지면 설득되기 쉽지만, 스스로 시간을 들여 형태나 모양을 나의 언어로 해석하면 사회적인 현상이나 삶의 신념들이 조금 더 구체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편의 무대가 하나의 스타일로 통일되는 것은 아니다. 임일진 무대미술가는 작품마다 시각적으로 다른 무대를 만들되 빌보드와 컨테이너 등 일부 공통 요소를 두고, 각 연출가의 색깔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각의 작품을 스타일에 가두기보다 각 연출가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오래된 신화가 젊은 관객에게도 의미를 갖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뿌리, 역사의 뿌리, 폭력의 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를 되묻게 한다는 것이다.

'안트로폴리스' 3부 '오이디푸스'는 10월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4부 '이오카스테'는 10월 28일부터 11월 21일까지, 5부 '안티고네/에필로그'는 12월 공연으로 이어진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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