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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리센느 ‘거제 야호’와 빅뱅 20주년이 증명한 ‘서사’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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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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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품만 팔던 시대는 끝, 이제 고객은 피·땀·눈물의 '성장 스토리'에 감동한다
기업도 좌절 이긴 분투 비하인드 스토리로 소비자들의 사랑 얻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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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마케팅 교수
2026년 여름, 데뷔 3년 차 중소기획사 걸그룹 리센느는 '거제 야호' 밈 하나로 차트 역주행과 음악방송 1위를 이뤘고, 데뷔 20주년을 맞은 빅뱅은 신곡 'BiiiG'으로 공개 한 시간 만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신인의 우연한 밈과 레전드의 치밀한 컴백은 하나의 원리를 공유한다. 소비자가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도 반응하고, 그 과정이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쌓이는 현상이다. 필자는 이를 '서사 자본'이라 부르고자 한다.

리센느는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 과정에 대한 '열정공유 서사형'이다. 이들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초등학교 행사와 꾸준한 유튜브 라이브로 성장기를 쌓아왔다. 화제가 터지자 대중이 발견한 것은 벼락스타가 아니라 이미 오래 준비된 서사의 아카이브였다. 정제된 무대가 아닌 '옆집 딸' 같은 일상 콘텐츠의 반복 노출은 '내가 이들을 안다'는 친밀감, 곧 팬덤의 토대가 되었다.

니루 파하리아(Neeru Paharia) 등이 제시한 '언더독 브랜드 전기(Underdog Brand Biography)'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불리한 조건'과 '굴하지 않는 열정'이 결합된 서사에 강하게 감정을 이입하며, 스스로를 언더독이라 여길수록 그 동일시는 깊어진다.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지 않아도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희망을 갈구하던 대중에게 '중소돌의 기적'은 정확히 꽂혔다. 'G.O.D. 이후의 국민 아이돌'이라는 평가도 전 세대가 공감할 보편적 서사를 얻었기에 가능했다.

빅뱅은 이미 성공한 아이돌이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완벽추구 서사형'이다. 20년의 권위를 갖춘 팀에 언더독 서사는 필요 없다. 대신 지드래곤은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은 뒤, 뮤직비디오·안무·콘셉트의 디렉팅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을 자신의 공식 채널에 공개했다.

라이언 부엘(Ryan Buell)과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의 '노동 착시(Labor Illusion)' 연구는, 결과에 투입된 노력과 공정을 보여주는 '운영 투명성(Operational Transparency)'이 지각된 가치와 신뢰를 높인다는 것을 실증했다. 같은 완성품이라도 그 뒤의 장인적 노동이 보이면 소비자는 더 높게 평가한다. 지드래곤의 비하인드는 이미 완벽했던 결과물의 완성도를 사후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가치 증폭 서사'였다. 빅뱅은 20년간 축적한 서사 자본을 결정적 순간에 인출한 셈이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숏폼 환경에서 메이킹과 비하인드는 그 자체로 독립된 콘텐츠가 되었고, 매끈한 완벽주의에 지친 대중은 땀과 시행착오의 흔적에서 신뢰를 느낀다. 팬덤은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기를 원하며, 과정에 대한 접근권은 곧 소속감이 된다. 케빈 켈러(Kevin Keller)가 브랜드 자산의 정점으로 꼽은 '브랜드 공명(resonance)'이 바로 이것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제조업은 품질관리 공정과 장인의 손길을, 스타트업은 고전하는 '지금'의 여정을, ESG 커뮤니케이션은 탄소중립 '선언'보다 감축을 향한 '분투'를 보여줄 때 더 큰 신뢰를 얻는다. 원칙은 분명하다. 서사 자본은 성과가 오기 전에 축적하고(리센느), 성과가 온 뒤에 전략적으로 인출한다(빅뱅).

다만 서사 자본은 진정성 위에서만 작동한다. 연출된 고생담이나 조작된 겸손은 역풍을 부르고, 소비자는 진짜 과정과 가공된 과정을 놀라운 정확도로 구별한다. 이 전략의 첫 번째 규율은 화려한 연출이 아니라, 보여줄 만한 서사를 실제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시장은 이제 무엇을 만들었는가만큼 어떻게 만들어 왔는가를 묻는다. 완성품은 팔리는 순간 소비되지만, 잘 축적된 과정은 브랜드가 존속하는 한 가치를 창출한다. 과정에 대한 서사는, 자본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소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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