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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만의 대불사’ 해인사 팔만대장경 다시 새긴다…29일 고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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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10. 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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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시작해 판각 완료까지 5~10년 가량 소요
해인사 판각학교 스님과 졸업생 100여 명 참여
팔만대장경 일종의 '인류문화의 클라우드 서비스'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 "다음 천년 위한 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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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제12교구본사 합천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가운데)이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장인인 각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해인사는 지난 7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 마련된 홍보관에서 대장경 체험 부스를 마련해 인기를 끌었다./사진=황의중 기자
약 800년 전 고려 팔만대장경 조성을 위한 원력이 2026년 다시 시작된다.

해인총림 합천 해인사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경남 합천군 해인사 법계탑 마당에서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8만1352장)을 새롭게 판각하는 것을 기념하는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告佛式)'을 봉행한다고 15일 밝혔다.

팔만대장경 전체를 한 본 더 판각(제작)하는 이번 불사는 고려 시대 선조들의 염원을 이 시대에 재현하는 대규모 불사다. 29일부터 시작해 판각 완료까지 무려 5∼10년가량이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다.

판각에는 해인사가 전통 판각 기술 교육·전승과 대장경 조성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한 전담 기구인 해인사 장경도감 산하 판각학교의 스님과 졸업생 등 100여 명이 참여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인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일종의 '도서관'이자 당대의 '클라우드(Cloud) 서비스'였다. 인도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 동북아, 동남아를 거쳐 간 불교 문헌은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특정 경전이나 기록이 중간에 사라질 경우 다른 곳의 대장경 원판을 통해 비교 검증하고 문헌을 보충했다. 이는 온전하게 보존된 대장경이 당대에 한 개라도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시대 일본 사신들은 팔만대장경 원판을 가져가지 못하자 수시로 찾아와 인경본(인쇄한 책)을 구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장경은 경장(經藏·석가모니 설법 모음)·율장(律藏·계율 모음)·논장(論藏·경장, 율장의 주석과 해석) 등 삼장(三藏)을 말한다. 특히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일종의 목차와 보유 문헌을 알려주는 대장목록·보유목록 경판을 포함한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이 목록 경판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장경을 다시 펴내고 연구할 수 있었다. 팔만대장경은 17세기 이후에도 동아시아 한역대장경의 조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원천 텍스트가 됐다. 현재 모든 불교학자들이 참조하는 일본 신수대장경(1912∼1925)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고불식은 대장정이 시작됐음을 부처님 전에 고하고 세계에 알리는 출발점이다.

행사에는 해인사 방장 대원 대종사와 주지 혜일스님을 비롯한 대한불교조계종 주요 스님, 문화체육관광부·국회·경남도·합천군 관계자, 국가유산 전문가, 판각학교 교육생 등이 참석한다.

행사에 앞서 낮 12시 30분 법보전 앞마당에서는 이번 불사의 원만한 성취를 기원하는 '만일기도'가 봉행 되며, 오후 3시부터는 전통 대장경 판각의 실제 과정을 선보이는 시연이 펼쳐진다.

해인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현존 팔만대장경 경판을 단순히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800년 전 몽골의 침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발원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목판에 새긴 고려인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전쟁과 기후변화, 공동체 단절 등 21세기 인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치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 손으로 직접 글자를 새기는 수행적 가치를 조명한다.

이를 위해 판각학교를 중심으로 목판 제작을 넘어 전통 기술과 수행 정신을 다음 세대에 이어줄 '사람'을 길러내는 전승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인사는 앞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 학술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팔만대장경을 과거에 머문 유산이 아닌 미래 세대와 호흡하는 '살아 있는 문명유산'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은 "다른 나라 목판 대장경과 해인사 대장경의 가장 큰 차이는 '장경판전' '마구리' 등 경판 보존을 위한 장치"라며 "몇번 쓸 목적이 아니라 경판을 보물로 여겨 최대한 오래 보존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00년 전 선조들이 나라를 위해 대장경을 새겼다면, 오늘 우리는 사람과 생명, 평화와 인류의 미래, 그리고 다음 천년을 살아갈 인간의 마음을 다시 새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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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이 장경판전에 보관된 경판을 꺼내고 있다./제공=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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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원력과 얼이 담긴 경판에 예를 표하는 혜일스님./제공=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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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장경도감 산하 판각학교에서 판각기술을 연마하는 스님들./제공=해인사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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