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소나무와 푸른 대숲, 복사꽃과 영지가 바위 틈마다 지천이고, 사슴이 노니는 자락 위로 붉은 치마 여인이 산을 바라보며, 물가엔 조각배와 거북 세 마리가 물살을 가른다. 달과 산, 돌, 구름과 물, 솔과 대, 영지와 거북, 학과 사슴까지 십장생이 이 한 덩이 괴석 속에 빠짐없이 깃들었다.
이 정교한 우주를 빚어낸 민화 원로작가 정학진의 작품은 하버드대학교가 소장할 만큼 세계가 그 필력을 인정했다. 수십 가지 상징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쌓아올리는 운필은 평생을 선계 하나에 바친 구도자의 손끝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경지로, 이 작품 앞에 서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품격을 저절로 실감하게 된다. 정학진은 개인전을 10월21~27일까지 갤러리 공간35에서 개최한다.
리기태 전통예술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