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인터뷰] 연상호 감독 “인간은 끝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18010005643

글자크기

닫기

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10. 18. 17: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실낙원' 어머니가 쓴 세 쪽의 이야기서 출발…21일 개봉
'얼굴' 이어 5억원대 저예산 제작 "다양한 영화 만들고 싶어"
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CJ ENM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잖아요. 어머니가 쓴 글을 통해 그 마음을 이해하려 했지만, 결국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도달했어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실낙원'의 출발점은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은 세 쪽 분량의 이야기였다. 나쁜 짓을 일삼는 아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가 궁금했던 그는 수년에 걸쳐 이야기를 발전시켜 미스터리 스릴러로 완성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김현주)이 9년 만에 살아 돌아온 아들 류선우(배현성)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영은 그동안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어린 아들을 만나왔지만 현실로 돌아온 선우는 기억 속 모습과 전혀 다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연 감독은 어머니가 쓴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자식에 대한 집착이자 사랑이었기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안에서 품어 소멸시키려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 심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어머니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썼는지 직접 묻지 않았다. 대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사람은 관계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구나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산다. 저 역시 밖에서는 영화감독이지만 집에서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라며 "어느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각은 류소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반영됐다. 그의 선택을 모성애나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류소영의 선택은 납득될 수도,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관객들이 그 선택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 자체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토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장치다. 소영은 AI로 재현된 아들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왔지만 실제로 돌아온 아들과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연 감독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AI를 '보편성의 합'으로 바라봤다. "AI에 독창적인 일을 맡기면 보편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만, 보편적인 일을 맡기면 굉장히 잘해요. 하지만 배우의 연기에는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쌓아온 이미지와 정체성까지 담겨 있기 때문에 쉽게 대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기술이 사람의 모습을 구현할 수는 있어도 살아오며 쌓은 경험과 관계까지 온전히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얼굴'에 이어 '실낙원'도 5억원대 제작비로 완성했다. 전작이 1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면서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얼굴'이 대중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100만명 넘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한 번 더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소규모 제작을 이어가고 싶지만 기존 독립영화의 지원과 기회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제작 방식이 공존해야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영화도 많아진다고 봤다. 영화관 역시 여러 사람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저마다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만들기가 한 가지 방향으로만 맞춰져 있다면 재미없잖아요. 영화관은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동시에 아주 개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런 영화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실낙원
영화 '실낙원' 스틸/CJENM
실낙원
영화 '실낙원' 스틸/CJENM
이다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