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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재정 건전화와 공공서비스 사이, 프랑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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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승인 : 2026. 10.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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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이정은 기자
프랑스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교실에는 교사가 부족하고 과밀학급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는 이제 정부의 긴축 재정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는 197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1%의 공공 재정 흑자를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게 누적된 재정 적자는 국가 부채를 키웠고 복지 지출과 공공서비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속에서 프랑스 정부의 재정 개혁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가 재정의 고삐를 죄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 부채가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재무부는 2026년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9.3%에 이르고 재정적자는 GDP의 5.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에서 540억 유로(약 80조9500억원) 규모의 지출 절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늘어난 부채와 이자 부담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미래 세대에 더 큰 재정 부담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

문제는 긴축의 대가가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정부는 교육 여건이 특히 열악한 학교에 정규 자격을 갖춘 교사 30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히 예산을 더 달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깨끗한 교실에서 배우고 필요한 교사들이 배정되며,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번 시위 배경이 낡은 학교 시설과 교사 부족뿐 아니라 불안정한 일자리,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비, 사회 기반 시설 쇠퇴에 대한 청년들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긴축 정책에 대한 반발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휴일 2일을 없애고 근로일을 확대해 경제 활동을 증가하는 제안을 내놓았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재정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리는 정책이 시민의 일상과 맞닿는 순간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확인된 셈이다.

정부로서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긴축을 늦추면 국채 발행과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긴축을 밀어붙이면 시민들의 반발과 정치적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저성장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장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지출 확대가 반복되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번 늘어난 씀씀이는 줄이기 쉽지 않다. 복지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는 일은 단순한 예산 조정 이상의 갈등을 수반한다. 미래의 성장 기반을 지키면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지도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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