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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아닌 우크라에 항복 압박”…푸틴, 젤렌스키 뺀 트럼프·시진핑 3자 회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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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10.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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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공습 우크라서 10명 사망…에너지 시설 28곳·55만 가구 정전
트리엇 월 12발, 바이든 때 4분의 1…스타링크 제한 지속
우크라, 1주일 새 세 번째 조기경보 누락 주장…미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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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학교 인근의 미사일 폭발 구덩이 옆에 서 있다./AFP·연합
【기사 요약】
▲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들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 19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10명이 숨지고 변전소 등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28곳이 타격받아 약 5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 우크라이나는 1주일 사이 세 번째로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정보공유 제한을 부인했다.
▲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미·중·러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개최는 확정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치들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19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고,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파트너들로부터 첫 번째 탄도미사일 공격에 관한 조기경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여하는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UKRAINE RUSSIA CONFLICT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쇼핑몰 앞을 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에 따르면 키이우 일대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지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0명이 다쳤다./EPA·연합
◇ 젤렌스키 "트럼프, 우크라 항복 압박"…러 정유시설 공격 중단·패트리엇 공급 맞교환 제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진행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항복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 파트너들이 그런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를 희생시켜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목표로 삼았다고 단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우호적 조치로 지목한 것은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 이용 제한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급 지연이다.

그는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공급받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최근 제안한 방식은 우리가 러시아 경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대신 미국이 우리 시설을 보호할 패트리엇 미사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가 경유 시설 공격을 중단하기만을 원한다"며 "우리가 공격하면 무언가를 차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트럼프는 푸틴에게 전쟁을 끝내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트리엇 공급을 둘러싼 불만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현재 월 12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만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공급 속도의 약 4분의 1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군사원조 형태로 무상 제공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판매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우선지원목록(PURL) 프로그램을 통해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을 포함한 무기 대금을 이미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공급은 미국 측이 승인했지만, 나머지는 승인하지 않았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관계자들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급 확대와 인도 가속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그는 패트리엇 방공체계와 F-16 전투기가 러시아 탄도미사일과 제트추진 드론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요격미사일 생산 확대에 기대를 나타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선거 기간에는 정치가 매우 공격적"이라며 "지금은 고통스러운 시기지만 선거가 끝나면 삶은 계속될 것이고 상황도 더 차분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재자들에 대한 본능적 친밀감이 있다고 지적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투표로 몰아내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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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쇼핑몰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
◇ 러, 우크라 에너지 시설 28곳 공격…10명 사망·55만 가구 정전

러시아는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 탄도미사일 16발을 발사했다. 러시아군은 동부 하르키우·드니프로에서 남부 오데사, 서부 볼린·리우네까지 드론 200기 이상을 동원한 공격도 감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변전소 등 핵심 에너지 시설 28곳을 공격해 50만명 넘는 주민의 전기·난방·수도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11개 주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약 55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전력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가정과 기업을 대상으로 순환 단전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두 10명이 숨졌다. 올레흐 시니에후보우 하르키우주 지사는 러시아 드론이 하르키우 인근 공원을 공격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키이우와 인근 지역에서 2명, 공업도시 크리비리흐에서 2명이 각각 숨졌다. 키이우에서는 21세 여성이 사망했고, 통신기업 데이터그룹의 데이터센터가 파괴됐다. 드니프로강 좌안에 있는 지하철역도 피해를 봤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순항미사일 4발과 드론 243기 등 247개 표적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탄도미사일 요격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요격미사일 부족 속에 탄도미사일 요격률을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시설과 드론·순항미사일 보관시설, 데이터센터 등을 겨냥한 대규모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세르히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가 7월 중순 이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2000차례 넘게 공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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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불타는 석유 터미널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수십 기를 격추했으며 석유 터미널이 피격되고 러시아 주요 공항 중 하나의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AFP·연합
◇ 우크라 "미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1주일 새 3차례 누락"…트럼프·루비오 정보 제한 부인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누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텔레그램에 "또 한 번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이 밤사이 여러 차례 이어졌고, 이번에도 파트너들로부터 사전 경보가 없었다"고 적었다.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1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19일 오전 5시)께 시작된 첫 번째 탄도미사일 공격에 앞서 조기경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오전 3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전 9시)께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대해서는 정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흐나트 대변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첫 번째 공격 때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파트너들과 함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지난주에도 두 차례 조기경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이 1주일 사이 우크라이나가 통상적인 사전 경보를 받지 못한 세 번째 사례라고 집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미국이 정보공유를 간헐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이 첫 번째 공격에 앞서 정보 제공을 줄였다가 두 번째 공격 때 조기경보 체계를 복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주일 동안 미국의 정보 지원이 이례적으로 불규칙했으며 기상 악화나 기술적 문제 때문인지에 관한 설명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처드 블루먼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과의 통화에서도 정보공유 문제를 제기했다고 두 의원이 통화 요약본을 통해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의도적인 정보공유 중단이나 제한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정보를 공유한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내게 말하지 말라.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많은 것을 줬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주 조기경보 누락이 우크라이나 조기경보 체계의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18일 밤 발생한 공격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UKRAINE-CRISIS/DRONE-DONETSK REGION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경찰 특수목적대대 소속 대원들이 16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 전선 인근 진지에서 정찰·공격용 드론 '가라(Gara)'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젤렌스키 "스타링크 제한에 드론 운용 차질"…머스크 "스타실드 통제권은 미 정부"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와 군사용 스타실드(Starshield)의 이용 제한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동체의 속도가 시속 161㎞(100마일)를 넘으면 스타링크 연결이 끊기는 반면 국외에서는 제한 없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드론이 시속 400㎞ 안팎으로 비행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에는 일부 전선에서 드론의 속도가 시속 130㎞에 도달할 때도 스타링크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는 전선의 병참 운용을 늦추고 다양한 드론, 특히 중거리 타격 드론과 제트추진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는 드론의 사용을 제한한다"고 적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군사용 스타실드가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에 "속도나 사용에 관한 모든 제한은 미군이 결정하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적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들에게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고 일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파악한 바로는 서비스가 이전과 같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도 17일 "아무도 스타링크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관여를 부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제한이 러시아 후방 목표물 공격과 제트추진 드론 요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타링크 설비를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 리투아니아에서는 18일 수도 빌뉴스의 스타링크 기지국에서 방화 시도가 발생했다. 제어장치에 불이 붙었지만, 신속히 진화됐고 통신 서비스는 중단되지 않았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후 전략 기반시설 15곳 이상의 경계 수위를 높였다. 불가리아와 폴란드에서도 스타링크 설비를 겨냥한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NYT는 세 사건 모두 책임 주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유럽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의 위성통신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푸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푸틴, 우크라·유럽 뺀 미·중·러 정상회담 제안…11월 중국 APEC 계기 추진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에게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WSJ가 관련 논의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이 구상을 제시했다고 논의 내용을 보고받은 전직 러시아 정보 관리가 밝혔다. 같은 통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深천<土+川>)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인 젤렌스키 대통령을 회담에서 제외한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을 활용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중·러 정상 간 회담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도 배제하는 형식이다. WSJ는 크렘린궁이 유럽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자 회담 가능성이 논의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WSJ에 "회담 자체나 잠재적 의제에 관해 아직 명확한 이해가 없다"며 "세 당사자 모두 그러한 회담이 열릴 가설적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회담이나 의제·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 또는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노력을 평가하지만 책임을 질 의향이 있는 우크라이나 대표 없이 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도 밝혔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미국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3자 회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WSJ에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구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19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들에게 "회담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본다. 모든 것이 확정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중국에서 푸틴·시진핑 두 정상과 젤렌스키 대통령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회담 개최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자 회담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엑스에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 정상 간 3자 회담은 전쟁을 더 빨리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중국·미국 정상 간 회담은 정반대로 푸틴이 전쟁을 계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푸틴이 이러한 테러를 계속하는 한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그의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WSJ는 전직 러시아 정보 관리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3자 회담을 세계를 세력권으로 분할하는 '제2의 얄타회담'처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도 부담이 있다. 중국 관리들이 미·중·러 회담이 APEC 정상회의를 가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또한 이 신문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유럽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쑨윈(孫韻)은 "중국은 강대국들의 중심축이자 잠재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중재자로 인식되기를 원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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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UNGA) 기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로이터·연합
◇ 러 강경파, 트럼프·젤렌스키 갈등 환영…대러 제재 유지·트럼프 변덕에 신중론

러시아 크렘린궁 내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적인 갈등을 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했다. 그는 한때 '올해의 인물'과 '새로운 처칠'로 불리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과거 후원자로부터 평화와 미국의 이익을 가로막는 인물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을 먹여준 손을 피가 날 때까지 물었다고 비꼬았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푸틴 대통령의 대미 경제협력 특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적인 트럼프 비판이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엑스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패를 과신했으며 오만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중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곰과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영국을 뜻하는 사자 및 유럽연합(EU)에 맞서는 이미지도 공유했다. 그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아직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의 주요 대러 제재가 대부분 유지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시설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도 지난주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했다.

러시아산 경유 수출 확대의 재정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로이터는 초기 경유 공급량이 많지 않고 러시아가 연료 수출보다 생산 단계에서 세금을 거두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또한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국에 대한 제재를 유예한 것도 러시아에서 큰 양보로 평가받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정책 변경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초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 RT의 세르게이 폴레타예프 해설위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러시아의 즉각적인 승리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자신의 선택을 했다"며 "남은 문제는 워싱턴이 그 결과를 얼마나 오래 용인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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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부터)·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9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걸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러시아산 경유 도입·대러 제재 유예…공화당도 법적 문제 제기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아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유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는 저렴한 가격으로 수백만 배럴의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제재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16일에는 그레이엄법(Graham Act)에 따라 1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던 러시아 에너지 관련 관세와 제재의 적용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9일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러시아산 경유 수입 허용 조치에는 법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2년 제정된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법(Ending Importation of Russian Oil Act)'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이 법은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며 대통령이 금지 조치를 면제하려면 의회 관련 상임위원회와 협의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하면서 법적 논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초당파 의원들도 러시아산 경유 수입 허용 결정이 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러 압박 완화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동생인 달린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개인적으로 나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겠다"며 "푸틴도 러시아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막기 위한 별도 입법 움직임도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의원 1명은 16일 러시아산 경유 수입 금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엑스에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원한 적이 없으며 존엄한 종전을 위한 파트너들의 모든 시도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휴전 제안에 긍정적으로 대응했다"며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러시아의 공격과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복구 노력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블룸버그의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닥칠 잠재적 위험이 쓰나미 규모라면 아직 가벼운 폭풍일 때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경유 거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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