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고려 후기 ‘천은사 금동불감’ 국보 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30010010855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0. 30. 10:56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현존 최대 규모 전각형 금동불감
도난됐다 환수된 '용연사' 불화 등 9건도 보물 지정 예고
ㅇ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국가유산청
고려 후기 불교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이 국보로 승격된다. 지난해 도난됐다 환수된 '용연사'명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조선시대 불화와 불상, 고서 등 문화유산 9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30일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을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용연사'명 영산회상도와 '의성 고운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의성 고운사 천수관음보살도' 등 9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2008년 보물로 지정된 천은사 금동불감은 사찰의 불전을 축소해 만든 전각형 금동불감으로, 현존하는 불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사각 기단 위에 우진각 지붕을 얹은 형태로, 전면의 문에는 구름무늬와 금강역사상을 금속판을 두드려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타출 기법으로 새겼다.

불감 내부에는 정면에 비로자나불과 협시보살, 십대제자를 배치하고 좌우 벽에는 각각 약사여래삼존과 아미타여래삼존을 표현했다. 별도로 제작한 금동불상을 봉안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 2구가 남아 있다. 불감 밑면에 고정 구멍이 5개 있는 점으로 미뤄 원래는 불상 5구를 모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뒷면에 새겨진 명문에는 불상을 제작한 신승과 불감 제작자 김치 등 장인의 이름과 시주자 정보가 담겨 있다. 고려 후기 금동불감의 제작 기법과 형식은 물론 당시 불교 공예품의 제작 및 발원 체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전각형 금동불감이 드물다는 희소성도 국보 승격의 주요 근거다.

보물 지정 예고 대상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용연사'명 영산회상도다. 1731년 제작된 이 불화는 석가모니불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담았다. 화기를 통해 제작 시기와 화승 설잠 등 제작자, 원래 봉안됐던 사찰이 용연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ㅇ
'용연사'명 영산회상도. /국가유산청
특히 설잠이 수화승으로 참여해 조성한 유일한 불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크다. 서로 다른 계보와 활동 기반을 지닌 화승들이 함께 제작해 18세기 전반 불화 제작 집단의 협업 양상을 보여준다. 도난 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됐지만 제작 이후 수리하거나 다시 장황한 흔적이 없어 당시 불화의 제작 및 보존 형태를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다.

경북 의성 고운사의 두 불화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1701년 제작된 '아미타여래설법도'는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극락세계의 권속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화기를 통해 제작 시기와 화승 혜명, 봉안처를 확인할 수 있으며, 혜명이 수화승으로 조성한 유일한 불화라는 점에서 그의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천수관음보살도'는 42개의 큰 손을 갖춘 관음보살을 화면 가득 그린 작품이다. 조선 후기 천수관음보살도 가운데 이른 시기에 제작된 사례로, 수화승 퇴운당 신겸의 독창적인 도상과 화풍을 보여준다. 밑그림인 초본도 남아 있어 제작 연대와 화승, 봉안 사찰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불교 조각 분야에서는 '영광 연흥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나주 영천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이 이름을 올렸다. 1667년 제작된 연흥사 삼불좌상은 조각승 희장이 수조각승으로 만든 현존 마지막 작품으로, 17세기 불교 조각의 양식 변화를 보여주는 기준작이다. 1685년 조성된 칠장사 삼존좌상은 석가여래와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로 구성돼 일반적인 삼불 구성과 다른 조선 후기 불교 존상 체계를 보여준다.

나주 영천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은 16세기 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한쪽 다리를 내린 유희좌 형식의 자세를 취한 등신대 규모의 지장보살상으로, 현존 사례가 드물다. 조선 전기 불교 조각의 변화와 호남 지역의 불상 제작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불교 유산 외에도 출판·인쇄문화와 건축 장식의 가치를 지닌 유산들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국회도서관 소장 '박통사'는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 번역한 한어 학습서로, 금속활자 을해자로 인쇄한 현존 유일 판본이다. 한글로 정음과 속음을 함께 기록해 16세기 우리말의 음운과 언어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학적 가치도 크다.

'도산서원 전적'은 퇴계 이황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도산서원에 보관됐던 서적 4종 97책이다. '궐리지', '의례경전통해부집주', '어제대명일통지', '소학(언해)' 등으로 구성됐으며, 조선 전기 금속활자 인쇄 기술과 서적 유통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태안 양잠리 출토 취두 및 검파'는 조선 전기 궁궐이나 왕릉 등 왕실 건축물의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올렸던 장식기와다. 2019년 주민 신고로 존재가 처음 확인된 뒤 2021~2022년 수습됐다. 용의 얼굴과 몸체를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취두의 구조와 부재 간 결합 관계를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어 조선 전기 건축 장식기와의 제작 방식과 공정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와 보물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