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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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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1. 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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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까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로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져 오면서, 한국의 거시지표도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초과세수의 사용처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9월, 수출은 1209억 달러로 전년비 83.5%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263% 급증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의 호황은 예외 없이 불황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과 함께, 미국 AI산업의 과잉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반도체 및 AI산업 호황의 조정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번지고 있다.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투자와 수익 사이의 과도한 시차다.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AI산업의 매출이 따라올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둘째, 투자자금 재원조달에 대한 우려이다. 투자 재원이 사모대출과 회사채, 인프라 금융으로 번지면서 시장 충격이 금융 전반으로 퍼질 것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반도체 고객사끼리 서로의 매출을 만들어 주고, 소수의 대형 고객이 수요를 좌우하는 순환 구조와 쏠림현상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반도체경기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AI 선도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강하다는 점도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AI기술혁명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이러한 AI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부풀려진 주식 등 자산 가격은 조정을 받게 마련이다. 과거 철도와 인터넷산업의 경우와 같이, 기술에 대한 과잉기대를 바탕으로 했던 투기적 투자자들은 쓰러졌지만, 그 기술은 살아남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AI거품 조정과정의 신호탄으로는 다음의 네 가지가 거론된다. AI산업의 수익화가 늦어져 빅테크가 투자 계획을 줄이는 경우, 금리 상승이나 신용 경색으로 외부 자금이 막히는 경우, 메모리 증설이 겹쳐 HBM 가격이 꺾이는 경우, 그리고 대형 고객이나 금융투자사 중 한 곳이 흔들려 투자순환 구조가 연쇄적으로 끊기는 경우다. 이런 변수들은 한국 기업의 통제권 밖에 있는 가운데, 둘 이상이 겹치면 단순조정이 아니라, 급락으로 바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향후 시장조정 과정은 대체로 세 갈래로 그려 볼 수 있다. 개연성이 가장 높은 것은 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메모리 가격과 재고가 조정되는 완만한 하강이다.

다음은 신용시장 불안이 주가 급락과 겹치는 조정이다. 최악은 대형 고객의 투자 중단이 주문 급감으로 이어지는 수요 절벽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반도체사업은 원래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산업이어서, 수요 둔화가 가격 하락을 통해 몇 배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반도체산업 조정 국면이 한국경제에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경기의 위축으로 세수가 줄고, 기업 투자와 코스피가 함께 내리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가계의 자산 손실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서,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이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반도체 경기의 하락은 반도체 클러스터가 집중된 지역의 일자리와 상권을 흔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확대 및 청년층의 채용시장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수 감소로 복지와 투자 재원을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갈등 증가도 걱정거리다. 지금 유럽을 휩쓸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갈등의 예방을 위한 조치와 정책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먼저 단기적인 경제적 충격의 완충장치로, 외환보유액 및 통화스와프와 같은 대외 안전판을 점검하고, 자본 유출입과 가계 신용의 쏠림을 예방하는 거시건전성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의 초과 세수를 정치적 목적으로 허비할 것이 아니라, 위기 시 중소기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과 고용 유지 프로그램 재원 등 위기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 역시 현재 호황의 열매를 배당과 특별 보너스로 탕진할 것이 아니라, 위기대응자금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대규모 설비투자는 수요 신호를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집행하고, 소수 고객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며, 장기 공급계약에 물량과 가격조정 조항을 포함한 위기대응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중장기 과제는 한국 AI 생태계의 폭을 넓히는 전략적 투자다. 메모리 하드웨어를 넘어 AI 서비스와 산업용 소프트웨어에 엣지 컴퓨팅처럼 제조업 기반과 맞닿은 영역을 키우고, 소재·부품·장비와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에만 올인하고 있는 현재의 기형적 산업정책에서, 중국발 과잉 공급에 시달리는 석유화학과 철강 및 전통적 주력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술투자 및 구조조정 등의 산업재편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불안한 호황에 취해있을 여유가 없다. 곧 닥칠 반도체 및 AI산업의 조정국면을 중장기적인 산업구조조정의 계기로 활용할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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