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관료·언론인 등 무단 감청 및 파일 삭제 혐의… 최고 징역 10년
정부 “내란 징후는 없어, 도청 목적 수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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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아셉 사프루딘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수사국장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 3명의 신원을 'LSP', 'ASN', 'EH'라는 이니셜로만 공개했다. 유스릴 이흐자 마헨드라 법·인권·이민·교정 조정장관도 별도 회견에서 LSP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현역 경찰 장성"이라고만 설명했다. 이들 3명은 현재 경찰청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다.
콤파스 등 현지 매체들은 이 가운데 LSP가 리스티오 대통령 참모실장이며, ASN은 아흐리 손타 나수티온 경찰청 법무국장, EH는 에코 하디 산토소 경찰 교육기관 교관이라고 전했다. 2021년 1월 경찰청장에 오른 리스티오 실장은 지난달 1일 단행된 개각에서 대통령 참모실장에 임명됐으며, 같은 날 프라보워 대통령으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이름에 '프라보워'가 들어가지만 대통령과 친척 관계는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식 수사와 무관하게 불법 도청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리스티오 실장의 경찰청장 재임 기간 대부분과 겹치는 2025~2026년 사이 수사관의 서면 요청이나 사건 신고서 없이 도청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청 대상 전화번호들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의 합법 감청 관리 시스템(LIMS) 서버에 무단 입력된 것으로 조사됐다. 표적에는 프라보워 대통령 외에 정부 관리·정치인·언론인·사회단체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기업인 등이 포함됐다.
수사는 내부 신고 나흘 만에 피의자 지정 및 구금까지 빠르게 진행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지난달 무렵 감청 시스템 컴퓨터의 도청 파일 삭제를 지시했으며, 혐의를 인지한 경찰관이 지난달 30일 이를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후 증인 10명과 전문가 증인 3명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11대, 아이패드 1대, 플래시 드라이브 4개를 압수했다. 'SU'라는 이니셜의 또 다른 인물 1명도 증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에게는 불법 감청과 불법 접속, 전자정보 삭제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란 혐의와는 거리를 뒀다. 유스릴 장관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경찰청장의 보고를 통해 사건을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유조차 모른 채 도청당한 것은 "국가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적용된 법 조항은 도청·감청 관련 조항일 뿐 내란 조항은 없으며 그런 징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을 왜 도청했는지는 수사 초기 단계여서 아직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셉 에디 수헤리 경찰청 감찰감도 "개인의 문제이지 경찰 기관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취임 2년 만에 프라보워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시점에 불거졌다. AFP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제난과 부패, 권위주의 논란에 더해 수개월째 이어진 산불과 유독성 연무 대응을 둘러싸고 항의 시위가 잇따르면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했다. AFP는 리스티오 실장이 프라보워 대통령의 전임자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후속 조치로 경찰과 검찰, 부패척결위원회(KPK), 마약청 등이 보유한 감청 권한의 운용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유스릴 장관은 참모실장 후임은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최소한 직무대행으로라도 자리를 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스티오 실장 등 피의자 측 입장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