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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기업 10곳 중 3곳만 ‘전기화’ 추진…높은 비용에 녹색전환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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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11. 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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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307개사 조사, 62.9% 전기화 추진계획 없어
추진 기업 56.8% 비용 등 부담, 초기 투자비가 최대 걸림돌
91.8%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제 기대, 전력비 지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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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공회의소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전환(K-GX)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제조기업 10곳 중 3곳만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려면 설비 투자비와 전력 사용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기업들이 전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 현장의 녹색전환을 확대하려면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307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전기화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전기화를 추진 중인 기업은 31.9%에 그쳤다. 향후 추진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5.2%였으며 추진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62.9%에 달했다.

전기화는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설비와 생산공정을 전기 기반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가스 보일러를 전기 히트펌프로 교체하거나 제철소의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K-GX의 핵심 과제로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전환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전기화를 추진 중인 기업의 56.8%가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부담 요인으로는 높은 초기 투자비가 84.0%로 가장 많았고 높은 운영비가 56.2%로 뒤를 이었다. 정책 불확실성은 18.5%,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우려는 16.4%였다. 이는 복수응답 기준이다.

전기화에 필요한 정책으로는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줄이는 인센티브가 66.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요금·시장 제도 개선이 61.9%, 에너지정책의 예측 가능성 제고가 45.0%, 기술개발 및 인력 양성이 23.1%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연제 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에서도 전력비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화석연료 설비를 전기로 전환하더라도 전기요금이 높으면 기존 설비를 사용할 때보다 운영비가 늘어나 기업의 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를 가속화하려면 기업의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 기금을 활용한 지원제도 마련을 제안했다.

해외 주요국은 전기화와 탄소 감축에 나서는 기업에 전기요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일부 전력회사는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에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은 녹색투자를 전제로 전기요금 차액을 보조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에너지효율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감면해준다.

내년 시행 예정인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도 높았다. 응답기업의 91.8%는 새 요금제가 전력비 부담을 줄이고 전기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8.2%였다.

지역별 요금제 도입이 비수도권 투자 확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나왔다. 비수도권 공장 신설이나 증설 투자를 검토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는 기업은 49.8%였다. 투자 가능성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11.4%, 매우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반면 투자 확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기업도 35.5%였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K-GX 이후 기업지원이 구체화되고 현장에서 가동되려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인제도가 잘 설계돼야 한다"며 전력시장 요금제 개편과 녹색투자 정책의 연계를 강조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의 전기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지원체계를 어떻게 갖추느냐에 따라 확산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화를 망설이지 않도록 전력조달비용을 낮추는 인센티브와 예측 가능한 요금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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