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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경기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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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 강영온 기자

승인 : 2009. 08. 10. 08:48

실업난, 경기침체에 이제는 날씨까지...
“날씨가 계속 더워야 장사가 되는데 덥다 싶으면 비가 바로 오니 장사가 잘될 턱이 있나!”

여름철 보세 샌들을 팔고 있는 김지환씨(34·서울시 구로구). “올 여름처럼 샌들 장사가 안되는 건 장사 4년 하는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날씨에 대한 푸념을 털어 놓는다.

실업난, 경기침체에 이제는 날씨까지....올 여름 국지적 집중 호우, 저온현상과 함께 특이한 기상현상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름철 경기마저 주춤해 휴가철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을 울리고 있다.

10일 기상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은 1973년 이후 두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평년도가 1~8도 가량 낮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여름 한철 장사를 기대했던 해수욕장은 울상 짓고 있다. 휴가 절정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한파에다 신종플루의 영향까지 겹쳐 한창 붐벼야할 해수욕장 등의 피서인파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해수욕장 중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부산 해운대는 예년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놀러와 해수욕장 관리소 및 지역 상인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관리소에 따르면 개장 이후 현재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 560만 명이 다녀가는 등 부산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의 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촌 C의류 매장에서는 벌써 가을 옷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장 직원 김주원씨(28·여·서울시 서대문구)는 “평년에는 여름상품이 아직 나가야하지만 올해는 여름장사는 이미 끝났다고 판단, 가을 옷을 매장에 전시했다”며 “올해 여름에는 긴팔 옷이 지난해에 비해 15%정도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덥지 않은 날씨 탓에 냉방가전제품의 판매량이 예상외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하이마트의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선풍기는 24.6% 각각 감소했다.

이마트(-20.0%)와 롯데마트(-23.8%)의 냉방가전 매출도 20% 이상 뒷걸음질 쳐 여름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름 먹을거리 판매도 사정이 좋지 않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 덕에 여름철 주종목인 아이스크림과 맥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정도 감소했다.

이에 GS25는 아이스크림 판매 촉진을 위해 아이스크림 50%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고객유치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또 잦은 비로 생산 물량이 적고 제품성이 하락해 채소값이 폭등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8월 현재 고추 1봉(150g) 가격은 178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64.8% 올랐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무려 81% 폭등한 값이다.

상추도 1봉(150g)에 2150원으로, 한달 사이 82.2%나 비싸졌다. 배추 역시 1통에 158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33.9%, 지난해 8월과 비교해서는 43%의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은 주말에 비가 많이 내려 골프장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을 앞두고 비가 예보되면 고객의 1/3이 예약을 취소하고 주말에 실제 비가 오게되면 남은 예약의 절반이 취소된다”며 “특히 예년과 달리 소비가 위축되면서 우천시 계속 플레이하는 고객이 적어 취소율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매출이 증가한 품목도 있다. 편의점업체 GS25에 따르면 날씨가 쌀쌀할 때 주로 신는 ‘여성용 스타킹’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4.4% 늘었다.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일회용 ‘원컵 커피’도 110.9% 증가했으며 컵라면은 85.4% 늘었다.

아울러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우산 매출이 110.1%, 막걸리 매출은 84.6%나 급증했다. 카드와 화투 등 실내용 놀이도구의 매출도 작년에 비해 62.2%나 증가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온 것이 7월 영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고 바캉스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고 있어 8월 매출은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강영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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