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더워야 할 7월 말 8월 초, 동해안 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사라졌고, 도시에서는 더위에 잠 못 이루게 하던 열대야가 자취를 감췄다.
8월 중순이 되서야 30도가 넘는 폭염이 나타날 정도. 이에따라 여름경기가 실종되면서 일부 여름성수품들에서 희비가 교차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무더워야 할 8월초(1~6일)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이상 낮은 저온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부터 6일까지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2℃로 예년보다 2.3℃가 낮았다. 평균기온도 23.8℃로 예년보다 2.1℃낮은 저온 현상을 보였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도 27.9℃로 평년보다 0.9℃가 낮았다.
열대야도 사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주요도시의 열대야(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이상인 경우) 일수는 서울, 부산, 전주, 청주 등이 8월 6일 현재까지 단 한 차례에 그쳤고, 대전과 춘천은 열대야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여름에 가장 무더운 대구도 열대야 현상을 보인 날은 단 3일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서울은 매년 평균 10일, 부산 17일, 대구 20일 정도 열대야 현상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가장 무더워야 할 7, 8월에 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예년과 달리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전통적으로 덥고 습한 날씨에 영향을 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덜 받았고 길게 지속된 장마비가 무더위를 식혔기 때문이다.
장마도 길어져 7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보다 86%나 많은 490.6㎜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1위 2006년 627.3㎜) 많았으며, 평균 강수일수도 평년보다 5.2일이 많은 19일로 5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강수량은 659.4㎜로 평년(327.4㎜)보다 두 배가 많았으며, 강수일수는 20일로 평년보다 4.5일이 많았다. 장마는 점점 길어지는 경향을 보여 7월 호우 일수는 1970년대에 비해 전국의 경우 2배, 서울은 3배 이상 증가했다.
김식영 기상청 기상자원과 과장은 “지난 6월 상순부터 우리나라 서쪽 티벳 상공과 동쪽인 캄차크반도 인근 상공의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기압능(기압골짜기)이 발달하면서 그 중간에 위치한 우리나라 부근으로 북쪽의 한기가 남하해 저온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마가 길어지면서 평년보다 비가 자주 내린 것도 무더위를 식힌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