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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4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감세는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정책이었으나 정치권의 끊임없는 철회 요구에 3년 만에 정부가 무릎을 꿇은 것으로, 글로벌 재정위기와 복지 수요 증가로 정책의 일관성을 고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좌절된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의 재추진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보완, 근로장려세제 확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굵직한 제도의 변화도 적지 않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과세 신설과 중소기업 가업상속 물꼬터주기가 돋보인다.
◇재정악화에 '부자감세' 3년만에 철회
정부는 애초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7일 고위 당정협의회 결과에 따라 감세 철회안을 추가했다.
법인세는 중간세율 구간을 신설, 세율을 예정대로 내년부터 22%에서 20%로 낮추되 최고구간 세율은 20%로 내리지 않고 22%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당정은 중간세율 범위는 합의하지 못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억~100억원 이하로 설정해 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정부는 중견기업까지 해당되도록 2억~500억원 이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세법개정안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세율 10%, 2억~500억원은 20%, 500억원 초과는 22%를 각각 적용하기로 했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분은 내년부터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었으나,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감세론자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감세는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는 MB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서, 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서민·중산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세제로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도 세법개정안의 첫 쪽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투)를 담아 '고용유인형 세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고투에 기본공제를 신설하고 직업전문교육을 받는 고교 졸업생에 대한 공제한도를 늘리는 등의 보완을 거쳤다.
올해 내놓은 고투의 법정세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1%포인트에 그치지만, 속을 들여보면 대기업이 불리하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 대해 3년 동안 근로소득세를 면제하고,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4대 사회보험료를 세액에서 빼주는 방안 등도 중소기업을 배려한 세제다.
이밖에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한 것도 취약계층 중심의 고용유인형 세제를 구축하는 차원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공생발전' 반영
정부가 세법개정 발표를 열흘 늦춘 것은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발전' 화두를 담기 위해서인데, 제목도 '공생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2011년 세법개정안으로 달았다.
공생발전의 대표적 사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공정사회를 강조하면서, 재벌 총수 일가의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무상이전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박재완 장관은 "변칙적인 상속ㆍ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관계법인 간에 일감을 몰아줘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로 의제해 철저히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비영리 법인의 편법적 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인건비 한도를 설정하고, 그 한도를 넘은 금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도 공생발전 화두가 반영됐다.
이밖에 명단이 공개되는 고액체납자의 범위를 늘리고, 유사석유제품 판매자에 대해서도 과세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도 담았다.
◇감세철회로 세수증가, 2013년 균형재정에 청신호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 효과는 2013년까지 3조5000억원 증가로 전망됐다.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3000억원 줄어드는 대신,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3조8000억원 늘어난다.
애초 정부안은 2013년까지 7300억원 증가로 예상됐으나, 막판 고위당정협의에서 법인세 중간세율 신설(+2조4000억원)과 소득세 최고세율 현행 유지(+6000억원)가 합의되면서 세수증대 효과가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정부안의 1조9000억원 증가 효과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균형재정 목표를 1년 앞당겨 2013년에 관리대상수지를 흑자전환한다는 계획에 청신호가 커졌다.
다만 해마다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정비하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올해 일몰인 42개 제도 가운데 10개만 폐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도 대폭 완화했다.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