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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비즈] ‘참새를 대포로 쏘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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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현 기자

승인 : 2008. 08. 13. 18:22

'헌법줄게 새법다오'의 저자 박성철 변호사

박성철 변호사

"'참새를 대포로 쏘아선 안된다'는 말이 있지요. 바로 헌법의 정신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나타내는 겁니다."

어려운 헌법재판 이야기를 쉽게 풀어 주는 '헌법줄게 새법다오'를 출간한 이후 관심 있는 독자들 사이에 헌법 해설가로 통하는 박성철 변호사를 만났다.

마침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태아의 성감별' 등 주목받는 결정이 쏟아져 나와 이에 대한 그의 견해와 헌법 정신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헌재의 판결문을 잘 들여다보면 항상 '목적의 정당성', '피해의 최소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인 네가지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네가지를 적용한 '과잉금지의 원칙'만 알면 누구라도 위헌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태아 성감별의 경우 임신의 전 기간에 걸쳐 성별 확인을 금지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게 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실제로 28주 후에는 낙태가 힘든 상황에서 전체 임신기간에 걸쳐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최소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와 함께 법을 지킬 때 달성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하는 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단지 목적이 훌륭하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재판소는 '전면금지'라는 방식이 공권력에는 편한 수단일지는 몰라도 국민에게는 불편한 수단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무법인 지평에서 소송 업무를 맡고 있는 박 변호사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4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학부 시절 교지인 '관악'에서 활동하면서 언론인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그가 헌법 해설서 발간을 결심한 것은 연수원에서 변호사로 진로를 확정한 직후라고 한다.

"법률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데 병든 법을 의회가 빨리 치료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어요. 이때 헌법재판소가 병든 법에 치료를 권하고 때로는 안락사를 시키는 역할을 해야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지요."

박 변호사는 "평소 관심이 있던 헌법재판에 대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책을 쓰고 싶었다"면서 "책을 통해 소통하고 싶었고, 이것도 법률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책을 내고 독자들의 반향이 커 놀랐다는 그는 내년을 목표로 다시 개정판을 낼 생각이다.  

그는 헌법과 인권에 대해 같은 말로 정의를 내렸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추운 벌판에서 함께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를 찌르게 되고 너무 멀리 있으면 온기를 못 느껴 고심하다가 결국 서로에게 알맞은 거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사람끼리 서로 적당한 거리를 찾는 것이 인권 존중이자 헌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변호사는 "흔히 상식대로 하면 되지 법이 무슨 필요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상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특히 '너의 상식'과 '나의 상식'이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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