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던 김 사장이 ‘큰 집’에 밉보여 밀려났다는 인식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난달 3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의 사임 안건을 확정했다.
2012년 6월 취임한 김 사장은 2년 1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초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김 사장이 돌연 사퇴를 결심한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은지주와의 갈등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후 대우증권은 중국고섬 손실 처리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양호한 성과를 냈고 해외사업에서도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구조조정과 관련된 문제도 무난하게 처리가 됐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김 사장이 내부적인 요인으로 물러났을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성과 및 대우증권 안팎의 평가를 고려할 때 김 사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낼 다른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해외사업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를 두고 산은지주와 갈등을 겪는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머징마켓에는 종합증권사, 선진국시장에는 자기자본투자(PI) 전문회사를 육성한다는 맞춤전략을 세워 해외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산은지주는 해외 사업이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여러 번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구조조정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다른 증권사들이 수백명씩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김 사장은 구조조정 대신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선택했다.
대우증권 모 직원은 “회사를 합리적으로 이끌었고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셨던 분이라 회사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며 “그런 분이 경영상 문제도 아니고 ‘윗분’들과의 마찰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하기도 하고 허무감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