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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자살 부른 서울 태권도협회 승부 조작 사실로 드러나

학부모 자살 부른 서울 태권도협회 승부 조작 사실로 드러나

기사승인 2014. 09.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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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대표팀 '금빛 발차기'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핀급 대표 선발전에서 불거졌던 승부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5월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전모씨(당시 47세)의 자살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승부조작을 주도한 협회 전무 김모씨(45)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 최모씨(47)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협회가 200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40명의 임원에게 협회비 11억원을 부당지급한 사실을 밝혀내고 협회장 임모씨(61)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 당시 전씨는 태권도 시합에 나간 아들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역전패를 당하자 심판 최모씨(47)에 대한 원망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뒤로 했다.

자살한 전씨의 아들은 최근 모 대학 태권도학과 수시전형에 합격했지만 편파 판정과 아버지의 자살 등으로 인해 받은 충격으로 지금도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전국체전 태권도 고등부 서울시대표 3차 선발전에 참가한 전씨 아들은 5대1로 시합을 이기고 있다가 경기 종료 50초 전부터 심판 최씨로부터 내리 7번의 경고를 받고 결국 7대8로 역전패했다.

수사 결과 승부조작은 상대 선수 아버지인 지방의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최모씨(48)가 중·고교·대학 후배인 모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씨(45)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청탁은 다시 송씨의 고교 선배인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 김씨에게로 이어졌고 김씨의 승부 조작 지시는 협회 기술심의회 의장 김모씨(62), 협회 심판위원장 노모씨(53), 협회 심판부위원장인 최모씨(49)를 거쳐 문제의 심판인 최씨에게 전달됐다.

심판 최씨는 청탁이 철저한 점조직 방식으로 진행돼 가장 윗선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심판들은 “이런 승부조작 지시는 태권도계에서는 ‘오다’(명령을 뜻하는 ‘Order’의 잘못된 표현)라 불릴 정도로 만연하다”고 고백했다.

경찰은 “폐쇄적인 태권도계의 특성상 학연 때문에 승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시합에서 이겼던 최모군은 최종 선발전에서 떨어져 올해 아버지가 있는 대학의 태권도학과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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