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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터널 ‘록볼트’로 드러난 국토부-도공의 부실공사

[단독]터널 ‘록볼트’로 드러난 국토부-도공의 부실공사

기사승인 2014. 10. 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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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자재 문제 외면 또는 몰라…터널 안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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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터널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록볼트(왼쪽), 록볼트와 정착제 시공 과정(오른쪽)/이미지 제공=로크산업
터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국내 터널 대부분에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발포성 폴리우레탄’ 재질의 ‘록볼트’ 정착제가 사용되면서 터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 것. 터널 공사를 주관하는 국토부와 도로공사의 방치 속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의 터널에서 부실시공이 이루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록볼트는 터널 굴착 과정에서 발파 등으로 금이 가고 손상된 암반을 견고한 암반으로 묶어 고정시키는 철근 자재로, 터널 붕괴를 막는 역할을 한다. 마치 콘크리트 속의 철근과 같다. 록볼트는 암반에 3~5m 깊이의 구멍을 뚫고 철재 환봉을 넣은 후 구멍에 시멘트 모르타르나 레진(합성수지) 등 정착제를 사용해 고정시킨다.

◇국내 터널 대부분 내구력·기능성 취약한 폴리우레탄 재질 레진 정착제 사용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국내 터널은 발포성 폴리우레탄 재질의 레진을 정착제로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발포성 폴리우레탄 재질의 레진은 내구성과 기능성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흔히 침대 매트 등에 사용되는 이 합성수지는 다량의 기포를 첨가해 만든 제품이라서 접착력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는데다 수용성이고 열에 약해 지하수와 화재에 취약하다.

한국터널공간학회 발표 논문에 따르면 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화재 사건과 같은 터널 내 화재 발생시 터널 상부 벽면에는 10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전도성이 높은 철재 록볼트로 인해 우레탄수지가 녹아버려서 록볼트 구조체 역할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일명 시방서라고 불리는 국토부 제정 터널 설계 기준에서는 “일반적으로 시멘트 사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장 여건에 따라 레진을 쓸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반면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내구성이 뛰어난 시멘트 형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레진은 특수한 장소에서 정해진 재질로만 쓰도록 했다. 국내와 같이 발포성 폴리우레탄 재질을 쓰는 곳은 거의 없다. 석유공사가 건설한 대규모 원유 비축시설의 경우만 해도 시멘트형만 사용했다.

실제 영국 학술논문지(리즈대학 파웰교수 저)에 따르면 레진은 폴리에스텔과 석회석 가루를 약 3대 7의 비율로 혼합해서 제조하도록 정했다. 이는 응고시에는 단단한 시멘트 형태가 돼서 접착력과 내구성이 약한 레진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조치다.

도로공사는 자신들이 발주하는 터널 공사 대부분에 발포성 폴리우레탄 재질인 국산 레진을 사용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담당자는 “시공자들이 편의성과 공기 단축을 이유로 거의 국산 레진을 사용한다”며 “국토부 설계기준에 허용된 소재고 부착력 테스트에서도 검증된 우수 소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록볼트 철근은 구체적인 규격을 정해놓으면서 록볼트 고정력의 핵심인 정착제에 대한 내구력 기준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터널 전문가는 “국토부 설계기준을 보면 록볼트 철근에 대해 인장강도·연신율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놓으면서 정착제의 부착력 외 내구력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정말 중요한 내구력에 대한 검증 없이 부착력만 조사해서 쓰면 스티로폼 같은 소재도 설계 기준 안에 포함될 수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소관부처인 국토부·도로공사 폴리우레탄의 내구성 문제점 외면 또는 몰라

문제의 핵심은 도로공사가 이렇게 내구성과 화재에 취약한 재질의 심각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포성 폴리우레탄의 문제점을 알았다면 도로공사는 실태조사를 통해 정착제 재질의 기준 등을 담은 특별시방서를 마련했어야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잦은 해외연수로 해외 사례를 접할 수 있고 공사 재료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와 시험소까지 갖춘 도로공사가 문제점을 발견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터널 부실공사 책임에 국토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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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학술지에 실린 파웰 교수 논문(왼쪽), 국토부 개선 방안(오른쪽)
이미 건설교통부(옛 국토부)시절인 2005년 9월 감찰팀이 발표한 ‘터널공사 설계 및 시공관리 개선방안’에서는 레진형은 시멘트형에 비해 내구성에 문제가 있으며 레진 사용시 재질에 대한 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제안서를 낸 해당 공무원은 장관표창까지 받는 등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작 현재까지 제안서에서 주장한 정착제 재질의 화학적 반응 및 내구성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제안서의 내용을 외부 자문회의 등을 통해 검토했으나 재질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까지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록볼트 정착재가 부식 및 내구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시공 직후 숏크리트로 덮어버려서 내부 상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터널은 지진·화재 발생 및 노후 등으로 인한 붕괴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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