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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변호사업계 풍속도]<상>등록변호사 2만명 시대의 그림자

[달라진 변호사업계 풍속도]<상>등록변호사 2만명 시대의 그림자

기사승인 2014. 1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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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국선전담변호사에서 교정직 6급 공무원까지 경쟁률 치열
서초동 법조타운엔 한 달에 50만~70만원짜리 1인 사무실 등장
연예인 못지않은 방송출연으로 경쟁력 확보
지난 9월 국내 등록 변호사 수가 마침내 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6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지 불과 8년만이다.

이미 5000명 가까운 변호사를 배출한 로스쿨 체제에서는 앞으로도 매년 200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업계 일각에선 지금도 포화상태라며 변호사 배출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법률서비스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물론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단독 개업한 변호사들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로펌에서 몇 년 전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임료를 받고 소송을 대리하는 경우는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 사건들은 국내 10대 대형 로펌으로 몰리고 있고, 돈이 있는 의뢰인들은 일반 변호사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임료를 감수하며 조금이라도 소위 ‘끗발’이 먹힐 수 있는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찾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심화되면서 변호사 역시 자신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키우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급변하는 국내 법률시장의 달라진 업계 풍속도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양극화 현상, 그리고 특화된 전문성으로 불황을 타개하고 있는 로펌의 변호사들을 앞으로 세 편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소개하려 한다.

로인원
서울 서초동에선 한 달에 50만~70만원만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는 1~2인실 변호사 사무실까지 등장했다. /사진=이진규 기자
아시아투데이 최석진·이진규 기자 = 변호사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여기저기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드는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 지원자 5년새 5배 증가·교정직 공무원에도 지원자 몰려

과거 변호사들이 꺼려했던 국선전담변호사나 기업 내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소위 ‘사내 변호사’는 물론 경찰공무원이나 교정직 공무원(교도관)까지 진출을 넘보고 있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국선전담변호사에 지원한 변호사의 수는 2010년 105명, 2011년 90명, 2012년 388명, 2013년 397명, 올해 503명으로 5년 동안 5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07년 1.9 대 1이었던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이 지난해 9.2 대 1까지 치솟은 것만 봐도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들의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변호사들 사이에서 국선변호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법조계 불황과 함께 사법부가 2006년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하고 국선전담변호사의 월 급여를 600만~800만원까지 올리면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가 지난달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교정직 6급 공무원 5명을 선발하는데 변호사 24명이 지원해 4.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변호사들을 교정직 5급 공무원으로 채용했지만 최근 분위기에 맞춰 이번에 처음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게 됐다”며 “요즘 추세로 볼 때 6급 공무원 채용에 변호사 24명이 지원한 것이 많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변호사들이 최근 적자생존의 변호사 업계에서 개업보단 안정적인 공직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길 원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공익단체에서 근무 중인 김모 변호사는 “영리변호사들은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길 꺼린다”며 “최근엔 개업보단 안정적인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해 이들에게 변호사란 단지 취업을 위한 자격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기업이나 사기업, 로펌, 공익단체에 취업하지 못한 변호사들은 결국 개인사무실을 열거나 ‘장롱면허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다.

힘들게 얻은 변호사 자격증을 포기할 수 없으면 결국 자신의 사무실을 개업해야 하는데 신입변호사나 사건수임이 없는 변호사에게 6000만~1억원에 달하는 개업비용이란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초동 법조타운엔 한 달에 50만~70만원짜리 1인 사무실 등장

이에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한 달에 50만~70만원만 지불하면 1~2인실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는 변호사들을 겨냥한 비즈니스센터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최동욱 변호사
서초동에서 1~2인실 변호사 특화사무실 ‘로인원’을 운영 중인 최동욱 변호사는 “개업비용을 줄여야 법률서비스를 받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법조계에 만연한 거품을 빼야겠다고 생각해 이 같은 사무실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이진규 기자
서초동에서 변호사 특화사무실 ‘로인원’을 운영 중인 최동욱 변호사는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다가 개업을 하게 됐는데 개업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며 “우선 개업비용 부담이 너무 컸고 사무장로펌 등 나쁜 유혹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개업비용을 줄여야 법률서비스를 받는 고객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법조계에 만연한 거품을 빼야겠다고 생각해 이 같은 사무실을 계획하게 됐다”며 “신입변호사뿐 아니라 경력 많은 변호사들에게까지 사무실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인원’은 기존의 변호사 사무실과 달리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없이 매달 50만~70만원을 지급하면 1~2인실의 개인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고 상담실과 회의실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 변호사와 함께 이 같은 사무실을 계획한 이대환 비즈인원 대표는 “사업자등록을 아직 하지 않은 신입변호사들로부터도 사무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사회생활 없이 갓 개업한 신입변호사의 경우 세금문제 처리가 어려워 이들에게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호사 진출 영역 된 방송출연

한편 변호사의 수가 크게 늘면서 연예인 못지않게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변호사들 역시 많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변호사 업계에서 방송출연을 통해 자신을 알림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해 받는 출연료가 짭짤한 부수입이 돼줌으로써 사건 수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SBS ‘모닝와이드’, MBN ‘아궁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등에 출연해 교통사고 분야 전문 변호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한 변호사는 “그 누구도 교통사고의 예외가 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분쟁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비상식적인 관행을 깨트리기 위해 방송출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정혜 변호사 역시 MBN ‘아침의창’, 채널A ‘돌직구쇼’, tvN ‘쿨까당’, 스토리온 ‘김원희 맞수다’ 등에 출연해 미모와 예능감을 갖춘 변호사로서 각광을 받았다. 손 변호사는 “방송출연은 주로 재판이 없는 오전에 하는데 하루 전체일과 중 방송출연이 20~30%를 차지한다”며 “방송 중 법률전문가로서 비전문분야인 정치시사문제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아 이에 대해 따로 공부해서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진녕 변호사, 비앤아이 법률사무소의 백성문·임방글 변호사, 김태현 변호사, 이인철 변호사 등이 각종 방송 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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