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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변호사업계 풍속도] <중> 로스쿨 출신 수난시대

[달라진 변호사업계 풍속도] <중> 로스쿨 출신 수난시대

기사승인 2014. 1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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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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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위 명문으로 꼽히는 로스쿨에 입학한 뒤 1회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Y씨(29). 서울 강남 소재 한 대형로펌에 취업한 그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매일 자정이 지나서야 사무실을 나서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억대를 훌쩍 넘기는 연봉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Y씨는 수개월 전에 구입한 외제차를 몰고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한다.

# 2. 3년 전 억대 연봉을 꿈꾸며 서울 소재 한 로스쿨에 진학한 K씨(34). 변호사시험도 가뿐히 통과하고 졸업성적도 우수했지만 그는 어찌된 일인지 꿈꾸던 삶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월 100만원을 받는 6개월 인턴과정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다. 그는 여전히 높은 취업문턱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처럼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삶이 점점 팍팍해져 가고 있다. 이들은 ‘연봉, 취업기회, 실력’ 이 3가지 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 아래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로스쿨 출신 변호사 양극화 현상 극심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제공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국내 10대 로펌 취업현황에 의하면 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134명, 2회는 103명의 변호사가 10대 로펌에 취업했다.

2014년 11월 현재 변호사 수 554명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2년에 걸쳐 51명의 로스쿨 변호사를 채용해 가장 많은 수를 채용했고, 이어 광장(28명), 태평양(23명) 순이다.

하지만 매년 1500명의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기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도 동시에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대형로펌에 취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로펌들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할 때 사시출신 변호사와 동등한 처우를 하고 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소위 ‘반값 변호사’ 방침은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반값 변호사’ 논란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을 시작한 2012년 당시 일부 로펌이 로스쿨 출신에게 사법시험 출신에 비해 50%의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었다.

따라서 소위 ‘빅펌’ 취업에 성공한 로스쿨 변호사들은 대부분 억대 연봉 꼬리표를 달고 변호사 경력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서울 소재 명문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소위 ‘성골’ 출신의 극소수 변호사들이라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만은 아니다.

◇연수원 출신과의 이런저런 차별…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중소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판검사를 거친 전관 출신 변호사나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A대표변호사는 최근 변호사 신규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같은 조건이면 사시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월 300만원이 안되는 임금 조건에도 웬만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고 월 200만원을 제시한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뜸했다.

지난해 중소로펌에 취업한 로스쿨 2기 출신의 변호사 B씨는 “처음에 로펌에 들어왔을 때 똑같은 신입 변호사인데도 사법연수원 출신에게는 단독 사무실을 내주고 로스쿨 출신은 2명이 한 방을 쓰도록 하는 등 이런저런 차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로펌 내 사법연수원 출신 선배 변호사들도 드러내 놓고 말은 안 하지만 연수원 출신에 비해 로스쿨 출신을 다소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로펌에서의 연수원 출신 우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아무래도 법대를 졸업하고 수년간 사법시험 준비를 한 뒤에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교육까지 마친 연수원 출신 변호사에 비해 3년이라는 짧은 기간 그 모든 과정을 마친 로스쿨 출신, 특히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변호사의 경우 일에 적응하는데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0대 로펌 중 한 곳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 중인 C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개인차가 많이 난다”며 “로펌 입장에서는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학부 성적이나 어느 로스쿨 출신인지를 기준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면 정말 법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실무면에서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실무수습·인턴과정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 힘든 현실

변호사시험을 합격하고 실무수습 단계에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겪는 고통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소규모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D변호사는 “논현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주일 내내 먹고 자며 주말도 없는 인턴 생활을 했다. 월 100만원을 받았지만 다른 친구는 무급 인턴을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로 실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 합격 후에도 6개월의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 이름 있는 로펌에서 연수 기회를 갖는 변호사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그 같은 실무수습 과정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실제 서울 소재 한 대형로펌에서는 지난해 1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실무수습 기회를 제공했다. 계약서상에는 고용과 관계없다는 점을 명시했지만, 최소 절반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습기간이 끝난 뒤 해당 로펌은 올해 10명 중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로펌의 경영상 어려움도 한 원인이 됐지만 꼭 채용하고 싶은 변호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 중에는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로스쿨 변호사들의 양극화 현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는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지만 그 해법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반의 불황…실적 위주의 로펌 급여 체계 전환 치명타

특히 최근 변호사 업계 전반의 불황은 이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각 로펌마다 기존의 변호사들의 연봉 체계를 고정 급여에서 실적에 따른 급여 체계로 전환하면서 아직 이렇다 할 경력이나 인맥이 없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살 길이 더 막막해진 것이다.

서울 소재 중소로펌에 근무하는 E변호사는 “지난해 뽑았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에 절반 이상이 스스로 나갔다”며 “사무실 연봉 체계가 실적위주로 바뀌면서 견디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대형로펌에서 일하는 F변호사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한 대형로펌은 1인 1실이던 사무실을 2명이 쓰기 시작했다”며 “기존에 뽑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수도 앞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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