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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년, 시급한 개선점과 대책은?

세월호 참사 1년, 시급한 개선점과 대책은?

기사승인 2015. 0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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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심층 진단] 해난구조 전문가·베테랑 절대 부족, '안전에는 공짜없다' 인식 전환 절실, 선체 인양 실무·경험 측면 배제, 예방·초동조치·현장지휘·콘트롤타워 '전문가' 시스템 구축 화급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 많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내 최고의 해상 재난 전문가로서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현장을 지켜보며 정책적·기술적 자문을 하고 있는 국내 최고 해상 재난 전문가인 정운채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60·해사 33기·SSU)을 15일 만나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안전 의식과 시스템, 시급한 대책을 심층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정부와 사회 전반이 달라졌다고 보나?
“세월호 참사 1년을 전후로 우리 정부와 사회 전반의 의식이나 시스템이 변한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외형적으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일부가 통합돼 국민안전처가 탄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안전처는 주요 정책을 추진 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적인 의식 변화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고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가 첫째 이유다.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마인드와 홍보 전략이 미흡하다. 정책 따로 국민 따로 해서는 효과가 반감된다. 진정성 있는 내면의 의식개혁이 전제 되지 않는 외형적 형식에만 치우치면 진정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렸다.”

-세월호 참사 1년을 지켜 보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해난 사고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은 30~40년 된 베테랑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 1년 미만의 비전문가가 지휘 통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테스크포스(TF)나 자문회의에 해난 구조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엄청난 구조적 문제와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분노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하기 좋은 말만 한다고 해결 되지 않는다. 자기 희생적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에는 공짜 없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설마와 망각을 유비무환의 집단적 이성으로 전환 해야 한다.”

-세월호 선체 인양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고 해난 구조 전문가로서 개인적 견해는?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세월호 인양 방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이론적이고 공학적인 측면이, 실무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을 배제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좋은 말과 글이 땀과 기술을 배제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한 몇 가지 불확실성과 의문점을 제시하면 첫째, 90곳이 넘게 구멍을 뚫고 체인을 연결하는 작업이 말처럼 쉽지 않으며 체인 절단과 선체 파손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둘째, 크레인 2대 사용이 이론처럼 쉽지 않은 난제다. 셋째, 플로팅 도크에 세월호를 안착하는 것이 공학적으로 가능 할지 모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많은 어려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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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해상 재난 전문가로서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현장을 지켜보며 정책적·기술적 자문을 하고 있는 정운채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15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심층 진단에서 “대한민국이 해난 구조 전문가나 베테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안전에는 공짜없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며 선체 인양에서 실무와 경험 측면이 배제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 대장은 “안전 사고 예방과 초동 조치, 현장 지휘, 콘트롤 타워를 구축하는데 있어 전문가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 전반에 걸쳐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참사 이후 개인적으로 줄곧 시스템을 강조했다. 시스템 속에 안전의식 개선이 포함돼 녹아 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재난 관리의 최고 목적은 예방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육 훈련과 안전의식 고취, 홍보 등 사고 가능성 차단에 집중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포함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인명 구조와 직결되는 초동조치 시스템이다. 최단시간 안에 전파해 집결할 수 있는 통신, 이동수단,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와 협조체제, 이를 지휘 통제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절실하다.

셋째, 현장 지휘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명한 지휘권과 확실한 업무 분장, 전문가 위주의 현장 지휘 시스템과 함께 선택·집중이라는 원칙을 준수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말한다. 넷째, 콘트롤 타워의 역량 강화다. 직위나 숫자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 위주로 디테일한 매뉴얼을 만들고 유사시 직접 감독 지휘할 수 있는 팀을 짜고 이들이 종합적인 마스트 플랜을 작성해야 한다. 다섯째, 해상 재난의 특성상 영세성과 연계성, 보충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할 구조적이고 법적인 제도 정비가 화급하다.”

-세월호 1주기를 계기로 정부와 국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고 발생 때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급 부서의 지시 과정이 비전문가의 지시로 시작하고, 비전문가가 수명하고, 비전문가가 수행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땀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지시하고 수명하며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 돼야 한다. 국가는 안전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은 비용을 감수하며 국민은 불편을 감수하며 안전을 습관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입안자는 자기 희생적인 진정성 있는 애국자로서 좌고우면 하지 말고 냉철한 이성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세밀한 매뉴얼을 만들어 생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재난 수습의 출발점이자 위기 관리의 실마리는 소통이다. 소통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 현장 지휘관은 직급이 아닌 전문가가 해야 하며 강력한 통제와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소통이 가능하다.”

◇ 정운채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SSU)은
정운채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1979년 해군사관학교 33기로 임관했다. 1992년 해난구조대 부지휘관을 거쳐 1993년 교육대장으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때 직접 구조작전에 참가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해군에서는 처음으로 9년 연속 동일부대 해난구조대장으로 지휘관을 맡았다. 대한민국 주요 해난사고 현장에서 작전을 진두 지휘했다. 안인진 북괴 잠수함과 여수 앞바다 북한 반잠수정, 동해 북한 잠수정과 합천댐 헬기, 연평해전 침몰 고속정, 서해 공군기 등 인양을 작전 지휘했다. 서해·남해 문화재 발굴 지원과 서울 한강교 전반 검사도 했다. 2005년 해군 대령으로 예편해 2006년부터 6년 간 국방대 전임교수를 지냈다. 천안함 사건과 제주 앞바다 고속정 침몰 인양을 자문했다. 2012년부터는 재향군인회 안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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