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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미군포로 강제노역 진심 사과”…한국 언급 없어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미군포로 강제노역 진심 사과”…한국 언급 없어

기사승인 2015. 07.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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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나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날 기무라 히카루(木村光)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를 비롯한 회사 대표단은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위치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 씨를 만나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고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기무라 상무는 이날 “2차 대전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 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으며, 그 과정은 혹독했다”면서 “머피 씨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는 앞으로 이 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미쓰비시는 인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미쓰비시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한 머피 씨는 당시의 노예같은 생활을 회고한 뒤 “미쓰비시의 사과를 주의 깊게 들었다.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본다”면서 사과를 받아들였다.

전쟁포로 피해자 가족이자 바탄과 코레히도전투 기념연합회장인 젠 톰슨 교수는 “미쓰비시의 사과는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다른 일본 대기업들의 사과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시몬 비젠탈 센터의 부소장이자 랍비인 에이브러햄 쿠퍼는 “오늘 이 자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기무라 상무와 머피 씨는 쿠퍼 랍비의 중재로 사과와 용서의 악수를 했다.

일본 대기업의 2차 대전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다음달 2일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나온 것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사과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과 집단자위권법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상관이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8월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행사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일문일답에서는 미쓰비시만 유독 사과에 나선 이유,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업이 미국 전쟁포로뿐만 아니라 한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징용자들도 강제노동에 동원한 바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에 기무라 상무는 기자들에게 “장차 다른 나라 징용자들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 강제징용자에 대한 언급이 빠진 데 대해서도 “일부러 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이미 1995년 종전 50년 ‘무라야마(村山)담화’와 2005년 종전 60년 ‘고이즈미(小泉)담화’에 들어가 있다”고 언급을 피했다.

오카모토 사외이사는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 위원이다.

앞서 오타카 마사토 주미 일본대사관 대변인도 “이번 사과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견단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미국인 포로 징용 문제에 대해 앞서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했다.

한편 미군 포로 외에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도 이 회사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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