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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팽팽한 찬반 대립…논란 확산

노키즈존, 팽팽한 찬반 대립…논란 확산

기사승인 2015. 09.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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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사진=온라인상에 떠도는 ‘노키즈존’ 안내문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32·여)는 최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들어서려고 하자 직원으로부터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서 아이와 함께 입장하실 수 없다”며 제지를 당한 것. 이씨는 “어차피 아이가 자고 있으니 커피만 마시고 가겠다”고 말했지만, “가게 규칙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씨는 또래 아이 엄마들이 모이는 온라인 사이트에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은 무조건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글을 적었고, 많은 이들이 이씨를 위로하며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주택가에서 주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모씨(58·여)의 입장은 달랐다. 김씨는 “주부 손님들 가운데 자신이 데려온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대화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가게 안을 뛰어다니거나 인테리어 소품들을 망가뜨리는 건 예삿일이다. 한 번은 아이가 갑자기 주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직원들 모두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만약 아이들이 가게 안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결국 우리 책임이 된다. 다른 손님들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너무 어린 손님은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하지만 동네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이다 보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들, 주로 미취학아동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장소를 뜻한다. 강남과 홍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요식업소들 중심으로 생겨난 노키즈존이 최근 점점 많은 지역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음식점과 카페 테이블에 아이의 똥 기저귀를 놓고 가는 부모들, 커피 전문점에 있는 컵으로 아이의 소변을 받아주는 부모들,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굴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들의 목격담과 증거 사진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며 노키즈존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대립은 팽팽하다. 찬성하는 이들은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은 업장의 자유다” “민폐를 끼치는 아이들과 그를 방치하는 부모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다른 손님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 식당 종업원이 유모차에 있던 아이의 다리에 뜨거운 국물을 흘려 전치 4주의 화상을 입힌 사건에 대해, ‘유모차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음에도 법원이 식당 측에 치료비의 70%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식업자들은 더더욱 어린 손님들을 꺼리는 분위기다.

반면 노키즈존에 반대하는 이들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특정 손님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친다.

변호사 A씨는 “개인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노키즈존을 만드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적 기준은 없다”며 “노키즈존 반대론자들이 공정거래법을 얘기하는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상대방 차별 취급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업자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라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의 모호한 자의적 평가 기준을 통해 일부 손님의 입장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징벌적 성격의 출입금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키즈존과 관련된 사안을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유재산인 개별 개인사업장에 대한 영업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를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소수의 비상식적인 부모들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부모들 스스로가 공공 예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자녀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키즈존 논란을 잠재울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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