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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의역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이런 희생 더 없다

[칼럼] 구의역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이런 희생 더 없다

기사승인 2016. 06. 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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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에도 미래를 기약하며 성실하게 살던 한 청년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 진입을 알지 못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서울메트로 직원이 아니라 외주업체 은성PSD 소속 직원이었는데 원칙적으로 2인1조로 하는 작업을 혼자 처리하다 변을 당했다.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캐보니 은성PSD에는 서울메트로 출신 퇴직자들이 별 하는 일 없이 높은 임금을 받는 반면, 사고를 당한 그처럼 혼자서 위험한 일을 하는 게 일상화된 상태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2인1조의 작업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지만 이 점을 사고의 진정한 원인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수리 입찰을 하면서 메트로 직원들의 채용을 아예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스크린도어 수리용역을 따내기 위해 은성PSD와 같은 입찰업체들은 퇴직자들을 호조건에 채용했고 이런 상태에서 수익을 맞추기 위해 혼자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도록 하는 게 일상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1인이 작업을 했지만 2인1조의 작업을 한 것처럼 작업일지를 꾸미는 게 은성PSD로서는 "당연"했을지 모른다.


결국 구의역 사망사고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열심히 살려는 한 청년을 애도하는 스티커를 붙이며 시스템 실패에 기생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했던 한 청년을 사망사고로 몰고 가게 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런 사고에 대해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를 가장 빨리 읽는 곳은 역시 정치권이다. 여야 지도자들이 사건 현장을 다녀갔고, 야당인 더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에 나와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을 했지만 이를 두고 박 시장 측과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정부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닌 19대 때 발의했다 폐기된 법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서울메트로나 서울시장이 단순히 사망자 가족을 위로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깊은 원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장기적으로 관철할 일들을 구분해서 필요한 제도의 변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은 바로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원청사업체가 산업재해예방조치를 하는 도급사업의 범위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이를 어기면 사업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사망할 경우 7년, 1억원의 벌금을 물린다. 발 빠른 대처는 좋지만, 이번 사고에 소위 메피아(메트로 마피아)의 문제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시민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야당도 "생명·안전에 관한 업무에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서비스나 부품을 자기 회사 내부에서 생산할지 아니면 외부에서 구매할지는 어느 게 더 저렴하게 더 만족스런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서비스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서울메트로는 독점이어서 외주화 중단으로는 메피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안전이건 여타 서비스건 이에 태만한 자들이 더 잘 도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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