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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드리운 그림자] 텅빈 145만채…‘범죄’ 스며든다

[빈집에 드리운 그림자] 텅빈 145만채…‘범죄’ 스며든다

기사승인 2024. 04. 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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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아지트·노숙인 거처 전락
청년 유출·고령화 지역
방치 장기화땐 주변지역 슬럼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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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방치된 빈집은 2022년 기준 145만 채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6만2266호로 빈집이 가장 많고, 경상남도(13만4925호), 경상북도(12만7459호), 전라남도(11만9711호), 부산광역시(11만500호)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저출생·고령화로 전국 곳곳에 빈집이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범죄를 부추기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할 위험이 큰 곳이 점차 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에 빈집은 2022년 기준 145만1554호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26만2266호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상남도(13만4925호), 경상북도(12만7459호), 전라남도(11만9711호), 부산광역시(11만500호) 등 순이었다. 주로 지방에 많지만 서울 한복판인 종로구 옥인동 등에서도 흉물이 된 빈집을 볼 수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2022년 기준 범죄발생총건수 역시 전국 157만5007건 중 39만1119건이 발생한 곳으로 전국 최다를 차지했다. 빈집 수와 범죄 발생 건수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구수가 많은 경기도에 빈집이 많아질 경우, 그만큼 사건·사고 역시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빈집이 생기는 건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 때문이다. 이 중 수요감소는 인구감소의 영향 탓이 크다. 젊은 인구 유출이 많은 지역에서 빈집이 많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통상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말한다. 이런 곳은 가출 청소년들이 아지트로 삼거나, 흉악범죄의 온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오래된 빈집을 가보면 빈 술병과 담배 꽁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군가 침입해 물건을 헤집어 놓은 흔적도 종종 발견된다.

또 빈집은 주변 지역의 정주 환경을 악화시켜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동네 주민들이 이들을 발견하더라도 해코지당할까 무서워 접촉 자체를 꺼린다. 그 결과 집값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주변 지역까지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어 지역 전체가 슬럼으로 바뀌기도 한다.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의미의 '깨진 유리창 이론'은 빈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찰과 자자체가 순찰을 강화하거나 폐쇠회로(CC)TV 등을 설치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존재해 범죄를 완전히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빈집은 청소년들이나 노숙자 등 범죄자들이 몸을 숨기거나 은닉하기에 유리한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며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경찰 등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치안 및 범죄 예방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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