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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 … 저소득 606만 세대 ‘절반 보험료’

정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 … 저소득 606만 세대 ‘절반 보험료’

기사승인 2017. 01. 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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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발의안과 차이...사회적 합의 도출과정 난항 예상돼
보건복지부
정부가 17년만에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에 나선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하고, 피부양자 조건을 강화해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로, 보건복지부는 대국민 설명 및 국회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정부안을 제시했다.

◇ 일정기준 이하 소득 지역가입자 정액 최저보험료 부과

개펀안은 3년 주기·3단계(1단계 2018년, 2단계 2021년, 3단계 2024년)로 개선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1∼2단계에서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 3단계에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세대에 1만7120원을 부과한다. 최저보험료 적용으로 오히려 보험료가 오르는 세대는 6년간 인상분을 내지 않아도 된다.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종합과세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책정된다. 기존 연소득 500만원 이하 가입자에게 적용했던 평가소득(성·연령·소득·재산을 통해 생활 수준을 대략 추정) 기준은 폐기된다.

주택과 자동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했던 문제도 개선된다. 1단계에서 시가 2400만원 이하 주택·4000만원 이하 전세금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3단계에서는 시가 1억원 이하 주택·1억7000만원 이하 전세금에 보험료를 물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기준을 없애고 4000만원 이상인 고가차에만 부과토록 했다.

소득 보험료는 당분간 100등급으로 나뉜 소득등급표에 따라 책정된다. 개편 마무리 단계에서는 소득 총액에 보험료율 6.12%를 곱해 산출한다.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1단계에서 지역가입자 77%에 해당하는 583만 세대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20%(월 2만원) 인하된다. 반대로 34만(4%) 세대는 평균 15%(월 5만원) 오르고, 40만(19%) 세대는 변동이 없다. 3단계로 가면 지역가입자의 80%인 606만 세대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50%(월 4만6000원) 낮아진다.

지역가입자 소득 보험료 비중 현행 대비 2배 상향
지역가입자 소득 보험료 비중 현행 대비 2배 상향
◇ ‘송파 세 모녀’ 재발 막을 수 있을까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실제 경제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재산·자동차로 평가하는 경제활동참가율 점수를 내 ‘평가소득’을 추정한다. 이는 저소득층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못했고, 결국 2014년 ‘송파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으로 귀결됐다.

당시 이들은 연소득 500만원 이하의 지역가입자였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짜리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현행 보험료 부과 체계에서 이들은 실제로는 없지만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3만6000원 가량의 보험료에다 월세로 사는 집 재산 보험료 1만2000원이 추가돼 월 4만8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세 모녀는 결국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하는데 있다. 개편안대로라면 4000만원 이하인 보증금에 대한 재산 보험료가 면제되고, 평가소득이 폐지되기 때문에 최저보험료인 1만3100원만 내면 된다.

◇ 형평성 논란 해결 가능할까 (?)

개편안은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무임승차 해온 이들의 부담을 높여 형평성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역시 소득이 낮고 전셋집에 살지만 소형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보험료를 내온 지역가입자도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일례로 47세 남성과 배우자, 자녀로 구성된 3인 가구의 수입이 연 1500만원 정도이고 4000만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1600cc 이하의 소형차를 갖고 있다면 평가소득 기준으로 부과되는 소득보험료가 6만3000원이다. 여기에 전세 보증금에서 500만원을 공제한 뒤 30%에 해당하는 재산 보험료 1만2000원과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는 자동차 보험료 4000원을 더하면 보험료는 7만9000원까지 오른다.

하지만 개편안에서는 각 항목 면제 기준인 전세 보증금 4000만원 이하, 자동차 배기량 1600cc 이하에 해당하는 이 가구는 재산 보험료와 자동차 보험료를 모두 면제받고 종합과세소득이 적용된 소득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된다.

◇ 돈 있는 무임승차 줄어들까 (?)

반면 현행 체계에서 ‘무임승차’로 지목받는 대상은 상당한 수준의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 자녀 등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들은 보험료 부담이 높아진다. 피부양자 중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친척에 얹혀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47만 세대(피부양자의 4%)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가령 퇴직한 A씨가 연금 소득이 연 3400만원이 넘고 시가 7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 해도 현행 체계에서는 일단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 부담이 전혀 없었다. 금융소득이나 공적연금, 근로·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해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편안은 합산소득이 3400만원(1단계), 2700만원(2단계), 2000만원(3단계)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A씨는 소득보험료 9만1000원과 재산 보험료 12만2000원을 합한 21만3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연금소득이 높아 지역가입자가 된 경우 연금소득의 일부(30%∼50%)에만 보험료가 부과된다. 재산 요건은 과표 5억4000만원(1단계), 3억6000만원(2∼3단계)으로 강화된다. 하지만 새 과표를 초과해도 연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없으면 피부양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축소돼 형제·자매는 장애인이거나 30세 미만, 65세 이상일 때만 신청 자격이 생긴다.

이에 따라 연금 소득이 1900만원 정도로, 시가 11억원 상당(과표 5억5000만원)의 재산이 있는 B씨도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과표 9억원(시가 18억 상당)을 넘는 재산이 있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개편 이후에는 과표 5억4000만원을 초과하는 재산이 있으면서 생계 가능한 소득(연 1000만원)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B씨는 소득보험료 5만1000원에 재산 보험료 15만1000원을 합한 20만2000원을 내야 한다.

월급 이외의 소득이 많은 ‘부자 직장인’ 26만 세대도 보험료를 더 낸다. 보수 외 소득이 7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월급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내지만 개편 후에는 3400만원(1단계), 2700만원(2단계), 2000만원(3단계)을 넘을 경우 보험료를 매긴다. 현재 289만원으로 정해진 직장인 본인 부담 월 보험료 상한선도 임금상승 등을 반영해 인상한다. 직장가입자 보험료는 본인과 회사가 반반씩 부담한다.

◇ 소득파악률 제고·재정효율화 과제

정부 개편안대로 시행되면 1∼2단계에서는 현행 대비 연간 9000억원의 보험료 손실이 생기고, 3단계 이후부터는 2조3000억원씩 손실이 난다. 복지부는 개편 초기에는 20조원가량 확보된 건강보험 적립금을 투입하는 한편, 기획재정부·국세청 등과 함께 소득파악률을 높여 보험료를 더 걷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나섰지만 사회적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지난해 하반기 각 당의 개편안을 담은 국민건강보험개정안을 발의했다. 야 3당은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을 없애고,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득에 건보료를 물리는 ‘소득일원화 개편’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소득 중심 단일화 체계’ 구축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2년 전 구상했던 개편안에서도 후퇴해 합의 도출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의 민원 가운데 70~80%를 차지했던 지역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 보험료 폐지로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개편안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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