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역본부 내에서 간부 2명이 무려 2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한은 측은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불러 징계위원회를 열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징계위에 부쳐진 한 가해자는 올 초 정기인사로 한은 본점에서 근무 중이고, 또 다른 가해자는 아직 피해자와 함께 지역본부에서 근무중입니다. 피해자는 7월 정기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열린 심의위원회에선 두 간부에 대해 각각 3건, 1건씩의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단돼 경영인사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31일 오후 장병화 한은 부총재 주재로 경영인사위원회에서 두 가해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도 심의할 예정입니다.
징계를 최종 결정하기로 한 이날 이주열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성희롱은 있어선 안된다”며 “사안을 파악하고 내용이 심각하다면 정말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죠.
한은 내에 성희롱 이슈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년 전에도 팀장급 남자 간부가 여직원에게 회식 자리에서 “남자친구와 피임을 잘하라”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이 팀장은 1년 뒤 부장급으로 승진하면서 공분을 샀죠. 2011년에도 팀장급 남자 간부가 계약직 사무보조 여직원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성희롱을 한 일도 알려지며 조직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습니다.
잇단 성희롱 문제에 일각에선 한은 조직 특성상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그 기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가해자 중심으로 일이 흐지부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깁니다.
이날 이 총재도 “재발 방지와 직원들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유념하고 있다”며 “사안에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 대처함으로써 더이상 중앙은행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어선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