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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승진 피하고 싶은 성과연봉제, 신규채용 없는 임금피크제

[취재뒷담화]승진 피하고 싶은 성과연봉제, 신규채용 없는 임금피크제

기사승인 2017. 09.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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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S과장은 올해 말 예정된 정기인사만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S과장은 입사한 이후로 꾸준히 실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차장 조기 승진 대상자에 오를 것이 확실합니다. 승진은 당연히 기쁜 일일 텐데 고민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때문입니다. 성과를 더 낸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 준다는 원칙은 간단명료합니다. 하지만 막상 제도를 적용받는 당사자에게는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S과장이 승진하면 기본급dl 15%정도 인상됩니다. 하지만 실적 목표치는 25%나 올라갑니다. S과장은 매년 실적을 20% 이상 초과달성했지만 승진하게 되면 지금의 실적이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입니다. 또 목표치 상승분만큼 목표 초과달성에 대한 인센티브도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승진하면 기본급이 상승한다고는 하지만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면 받는 돈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올라간 목표치 덕에 업무 스트레스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승진한 동료들의 상황을 지켜봐왔던 S과장은 “승진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B증권사에서 근무하는 P부장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의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어 5년 뒤면 정년을 맞는 P부장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입니다. 내후년부터는 매년 연봉이 전년도 대비 10%가량 줄게 됩니다. 하지만 P부장은 “최근 몇 년간 실적달성률에서 항상 최상위권이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실적을 올릴 자신이 있다”며 “단지 나이들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임금피크제의 취지는 직원들에게 정리해고의 위험 없이 정년을 보장해주고 절약된 인건비로 신규채용을 늘리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업 종사자들의 수는 오히려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신규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P박 부장은 “임금피크제가 신규채용은 없이 단지 고액연봉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데 악용되기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 모두 도입 당시 취지는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면 제도의 디테일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금융공기업들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폐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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