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 2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월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각 출석하고 있다./연합
박근혜정부 시절 불법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9)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52)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인정된 사실관계 또는 피고인이 알고 있는 사실관계에 따를 경우에도 과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실장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 일로 인해 갑자기 시민단체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던 일에 대해 청와대의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 중 일부만 반영돼 지원됐다는 것인데 이것이 일반적인 행정지도나 협조요청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과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모두 ‘종북좌파’ 세력 척결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것으로 동일하다”며 “두 사건의 관계가 포괄일죄로 인정되고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별도 처벌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전 수석 측 역시 “김 전 실장 측 주장과 유사한 취지로 다툰다”고 말했다.
반면 두 사람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또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측은 “공소장 사실관계 중 대략적 사실관계를 다 인정한다”라면서도 “법률상 대법 판례에 비춰볼 때 직권남용이나 강요죄에 해당하는지 다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33개의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4·13 총선 직전 청와대가 이른바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에 공천시키고자 실시한 불법 여론조사와 관련해 선거 비용 중 5억원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현 전 수석의 변호인은 “선임이 늦어서 검토를 못 했지만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