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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 트럼프의 거친 협상 스타일, 김정은에 얼마나 먹힐까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 트럼프의 거친 협상 스타일, 김정은에 얼마나 먹힐까

기사승인 2018. 05. 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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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장용동 대기자
세기의 협상이라 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중재자인 한국의 드라마틱한 정상 외교전이 뜨겁다. 연일 창과 칼의 대결이 화두다. 목표는 비핵화와 북한의 정권유지 및 국제적 지원, 남북평화체제 구축이 분명하지만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위한 협상은 그야말로 지고지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틀에서 오랬동안 벗어나 그들만의 방법으로 독수공방(?)해온 북한과 신뢰있는 대화를 나누는게 결코 쉽지않다. 대북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 잡은 것도 이같은 북한 체제의 의사결정 과정과 협상전략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데 있다.

개성공단이 막 가동을 시작했던 2007년 당시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개성공단 파견 직원들은 공단조성을 비롯해 운영 관리 등을 총괄, 북측 파트너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나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리들과 거의 살다시피했다. 그때 만났던 토지공사측 최고책임자는 북측이 협상을 해놓고도 수개월씩 묵묵부답이거나 아예 백지화시키는게 비일비재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면 약속도 시원한 답이 없고 불쑥 나타나 뒤짚거나 위임에 따라 서명을 해놓고도 지키지않는게 다반사라는 것이다. 심지어 도와줄 경우 감사 표현이 아닌 당연하다는 식으로 뻔뻔하게 나와 더 도와주고픈 맘이 싹 가실정도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협상과 전략,그리고 그들의 습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이같은 북한의 독특한(?) 떼쓰기식 협상은 비단 과거 남북간 협상에서는 물론 6자 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돼온게 사실이다. 어렵게 합의를 해놓고 뒤에 가서 딴지를 걸고 벼량끝 전술을 시도, 주도권을 가지면서 성과를 얻어내는 식이다. 단 몇 줄의 서신으로 김정은의 벼랑끝 전술을 질식시킨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의 명수다. 뉴욕의 변두리인 브루클린에서 소규모 집장사를 하던 목수출신 아버지와 달리 미국의 심장부라할 수 있는 맨해튼 중심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를 건설한 것 자체가 상징하는 바 크다.

특히 맨해튼 한복판의 본위트 텔러 백화점 건물의 인수는 그의 협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 소유주인 제네스코라는 회사는 소위 노른자위 건물을 팔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수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매입 러브콜을 보낸다. 열정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제네스코가 재정 위기에 빠지자 트럼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또 계약이 성사되기전 다른 경쟁자가 생기면 가격이 오르고 일이 복잡해질 것으로 판단, 확실하게 자신에게 판다는 약정서를 먼저 쓰게 한다. 그의 확실한 협상력을 짐작케 볼만한 대목이다. 또 소유회사가 이사회 동의후 매각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려하자 집요한 설득으로 이를 무마시킨다. 아무도 모르게 신속하게 건물을 사겠다는 트럼프의 숨은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계약서 조항을 꼼꼼히 짚어보고 유리한 조건은 넣고 불리한 조건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제외시키는 그의 치밀함도 이번 정상회담에 반영될 것이다.

지난 99년 서울 여의도 대우 트럼프 타워 분양을 위해 내방했을 때 그를 인터뷰 한 일이 있다. 부동산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불리한 입지의 땅이라도 최고를 만들면 된다며 앞 빌딩 때문에 한강 조망이 불가능하면 그보다 높게 지어 조망권을 확보해야한다라고 응수했다. 당시 자신의 빌딩을 60층 이상으로 짓기 위해 벌인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 협상을 염두에 둔 얘기다. 이는 그가 타고난 협상전략가임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내 말대로 하지않으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가를 뻐져리게 느끼게 만든 가히 협상의 대가라 할만하다.

이번 핵 담판과 평화협상은 거칠면서도 치밀한 트럼프 협상 스타일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벼량끝 협상 전술이 얼마나 먹힐지 자못 궁금하다. 협상전략은 협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협상전개의 방향과 틀이다. 운전대를 잡고 2차 남북회담을 비밀리에 치른 문 대통령과 관계자들에 대해서 일부 걱정스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협상전략 탓이다. 이제 적어도 앞으로 보름 남짓 후면 3자 협상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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