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영장심사를 담당해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걸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군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60 평생 잘살다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유서는 이렇게 끝맺음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그가 기무사령관 시절 세월호 유족들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그동안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아왔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그러나 실질심사결과 지난 3일 기각됐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전 사령관이 목숨을 끊은 것은 그로부터 4일째 되는 날이었다.
군당국내에서도 세월호 사건 당시 기무사령부의 현장조사는 국가안보를 담당한 주요 조직으로서 기본 업무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세월호 인양에 수년 동안 육·해·공군의 연 동원인력만 수십만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굳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여서 더욱 그렇다.
특히 지금은 세월호 사건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검·경의 수사 등 4차례의 조사결과 사고원인도 모두 밝혀졌다. 이제는 세월호에 대한 군의 정치적 책임에 하한선을 둬야 한다.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이 전 사령관의 죽음이 군의 명예에 흠이 되지 않게 하는 길은 군 스스로가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