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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외환위기 방어막 위태…30년 전 인도 ‘외환보유고 고갈’ 악몽 재현되나

네팔 외환위기 방어막 위태…30년 전 인도 ‘외환보유고 고갈’ 악몽 재현되나

기사승인 2019. 01. 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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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외화공급원 부재 영향
외환보유고 1년새 13조원→9조원 뚝
넉달동안 경상수지 적자 5700억원
"외국인 투자자 유치 힘써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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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외환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팔의 외환위기 방어막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경상수지 악화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고 감소도 빨라지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제수지 적자는 220억 루피(약 2191억원)에 달한다. 국제수지 불균형 보전, 외환시장 안정 등의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고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네팔 영자 주간지 네팔리타임스는 최근 “네팔이 30년 전 인도가 겪은 외환보유고 고갈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석유 수입액이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의 송금액 규모를 넘어서면서 외화 순유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팔 외화벌이 수단 중 해외 송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네팔 외환보유고는 2017년 6월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에서 점점 줄어 지난해 9월 84억 달러(약 9조4000억원)로 뚝 떨어졌다. 국제수지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네팔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넉 달간 570억 루피(5700억원)의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더 심각하다. 수입 규모는 동기간 약 4000억 루피(약 4조원)인 반면 수출은 290억 루피(약 2885억원)로 수입의 1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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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외화공급원이 없는 것이 외환위기를 부른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네팔 재정은 해외로 나간 자국 노동자들이 보내는 자금 의존도가 높다. 해외 노동자 송금으로 소비재나 에너지 등을 수입할 때 드는 총 비용의 약 65%를 충당한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6%,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7%에 불과하다. 송금 수입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대부분 석유 등을 수입하는데 소비되는 것이다. FDI·수출·관광 등 다양한 외화벌이 원천 가운데 해외 노동자 송금은 정치적 긴장과 갈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가장 낮은 소득원이다.

외국 유학·해외 원정 치료·해외여행 등도 막대한 자금 유출원들이다. 네팔인들은 지난해 7~11월 해외여행을 가서 350억 루피(약 3500억원)를 쓴 반면 네팔에 온 해외 관광객은 250억 루피(약 2500억원)를 썼다.

네팔 중앙은행인 라스트라 은행의 나르 바하두라 타파 총재는 “국제수지 적자와 수입 증가세가 지금 같은 수준으로 계속되면 개발사업에 필요한 물품들조차 수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네팔 중앙은행 총재인 비자야 나트 바타라이도 “국제수지 적자 증가율은 앞으로 엄청난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보유고 고갈은 현재 인도 루피당 1.6 네팔 루피로 돼 있는 고정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네팔 통화는 인도 루피에 연동돼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네팔 통화가치 하락) 1991년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인도는 경상수지 악화로 환율 및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겪었다. 당시 외환보유고는 20억 달러(약 2조원)로 거의 바닥을 쳤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만모한 싱 전 총리가 대대적으로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그 이후 인도의 빈곤은 수년간 심화됐다.

바타라이 전 총재는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채권자들의 엄격한 통제를 버텨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네팔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늘려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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