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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항도 넣겠다”…미국 무역전쟁 칼끝, 일본으로

“환율 조항도 넣겠다”…미국 무역전쟁 칼끝, 일본으로

기사승인 2019. 04.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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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일본 경제의 황금기에 브레이크를 건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1985년에 이루어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엔화의 통화가치 상승을 이끌어 낸 이 합의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급속한 하락곡선을 그리게 됐다. 최근 일본에게 이 같은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자 미국이 새로운 타킷으로 일본을 조준하면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환율 카드를 들고 나섰기 때문. 환율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경제 운영의 핵심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의제에 환율 조항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15~16일 워싱턴에서 미·일 물품무역협정(TAG) 체결을 위한 첫 장관급 협의를 가진다. 므누신 장관은 이를 앞두고 환율을 연결고리로 한 압박에 나선 것. 므누신 장관은 환율 조항을 미·일 물품무역협정에 포함시키는 배경에 대해 통화의 경쟁적 평가절하 방지를 들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경쟁적 우위를 목적으로 자국 환율을 조작하지 못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순위라는 것.

문제의 키는 엔고(高)와 엔저(低)에 있다. 엔고 상태가 되면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팔아도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반면 엔저일 경우 일본 기업들이 실적을 올리기 용이한 상황이 된다. 현재 아베 정권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엔저가 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막아 대(對) 일본 무역적자를 해소할 의도가 엿보인다. 일본 언론은 미국의 엔고 압박이 강해지면 아베 정권의 경제 운영에 역풍이 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환율 조항 도입의 모델 케이스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 사실상 새로운 협정인 USMCA를 체결하면서 환율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USMCA는 협정국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삼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외환시장 개입 상황을 매달 공개하고, 개입할 경우 즉시 상대 협정국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 같은 환율 조항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미·중 무역협정에도 포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미·일 물품무역협정에 환율 조항을 밀어넣을 경우 일본의 반발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엔저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앞장서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 시장에 엔화를 대량으로 풀었다. 내수시장에 거대 자금을 투입,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엔저·달러 강세 상황으로 연결됐고, 미국과 무역하는 일본 기업에 가격경쟁력을 가져다 줬다.

아베 정권은 지난 1월 74개월 연속 경기가 확장되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으며, 초저금리 정책 또한 유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금리를 올리면 수출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처럼 아직 금융완화가 필요한 일본에게 환율 조항의 미·일 물품무역협정 포함은 악재 중의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대일 상품무역 적자는 지난해 676억2950만 달러(약 77조2000억원)에 달했다. 일본산 자동차 의 수입 상한선 제한, 일본 농업시장 개방도 큰 이슈지만 미국은 환율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올해 시정연설에서 “지난 수십년 간 재앙을 초래해온 무역 정책들을 뒤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것의 행간을 보면 이 같은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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