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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찾은 충북 음성 소재의 볼빅 제1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안내를 맡은 박승근 볼빅 연구소 부장이 “공장 안은 통로가 좁으니까 바짝 달라붙어 따라오라”며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다.
기숙사와 연구소를 지나서 나타나는 제1공장은 다닥다닥 붙은 기계들 사이로 좁은 이동 통로가 길게 나 있었고 귓전을 때리는 큰 소음과 함께 매캐한 고무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1991년 세워진 공장이어서 시설들은 다소 노후했으나 그 안에는 볼빅만의 특허 기술을 담은 다양한 코어 공정들이 각 파트별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열 성형 공정 과정에서는 지하 보일러실에서 분출하는 상당한 열기를 느꼈다. 박 부장은 “밑에 보일러 때문에 시설을 옮기거나 새로 짓기가 어렵다”며 “보일러가 물을 공급하는데 온도 편차를 줄여 균일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온도에 버티는 비닐을 찾는 것도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보안은 필수적이다. 통로마다 천장에는 ‘촬영 금지: 본 시설은 볼빅 고유 기술로써 외부 유출을 금합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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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볼빅은 지난해 8월 부지를 매입한 이후 9개월 동안 총 부지면적 약 1만4876㎡ 규모에 120억원을 투자한 결과물인 제2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제1공장이 코어를 담당한다면 제2공장은 사출 영역이다. 제2공장에서는 20년 이상 관리자들이 맡아 자체 개발한 기계로 하는 불량 검사와 표면 처리, 코딩 등이 이뤄진다. 박 부장은 “주문이 오면 2~3일 내 출고가 가능한 대형 창고도 제2공장의 특징”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갓 지은 제2공장은 1공장과는 달리 초현대식 스마트 공장의 자동화 공정을 갖췄다. 이로써 볼빅은 연간 300만 더즌의 생산 설비를 구축했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남은 임기 현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볼빅의 사회·경제적 기여는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단순히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타사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볼빅은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다른 기업들처럼 재정적으로 유리한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가지도 않았다. 충북 음성에 남아 새 공장을 건립하고 지역 사회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취약 지점으로 꼽히는 40~50대 여성 근로자의 고용 효과가 커 의미를 더한다. 문경안 회장은 “해외 공장을 고려한 것이 사실이나 국내 대표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국내에 건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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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은 자동화의 폐·단점으로 우려될 수 있는 인력 감소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제2공장은 거의 자동화여서 일자리 창출에는 별 효과가 없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박 부장은 “그래도 고용효과가 발생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실제 제2공장 준공 전 생산직 100명·관리직 20명 등 총 120명 수준에서 제2공장 준공 후 생산직 130명·관리직 30명 등 총 160명으로 33% 정도 증원이 이뤄졌다는 게 볼빅 측의 설명이다. 물류창고까지 준공되면 제1공장·제2공장 포함 총인원이 18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근로의 질도 좋아 “우리 회사는 주 52시간을 적용 받는다. 심지어 정년이 끝나 퇴직해도 다시 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하게 해준다”고 볼빅 관계자는 귀띔했다.
제1공장에서 일하는 도중 무작위로 잠깐 대회를 나눌 수 있었던 엄수민(50세·여성)씨는 자신을 9년째 이곳에서 근무하는 숙련공이라고 소개했다. 엄씨는 “내 경력이 작을 만큼 다들 오래 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서로 배려심이 많다. 그래서 덥고 힘들어도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할 수 있다. 집에 아이가 4~5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일했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