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등 두자릿수 급락
업황·기업가치 영향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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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날까지 유통주식수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액면분할 공시에 나선 상장사는 코스피 상장사 10곳, 코스닥 상장사 14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에선 50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쪼개는 1 대 0 분할이 가장 많았고, 코스닥 시장에선 500원인 액면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이 가운데 주가가 상승한 곳은 코스피 상장사 3곳, 코스닥 상장사 5곳에 불과했다.
액면분할 소식은 주가 변동에 영향을 준다. 유통 주식수가 늘어나 유동성이 좋아지고 1주당 주식값이 싸게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로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들은 수급을 늘려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한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주식 거래에 불을 지피는 역할도 사라지고 있다.
1주당 500원짜리 주식을 100원으로 액면분할한다고 공시한 에스모 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액면분할 후 거래 재개일 대비 현재 -88.8% 폭락했다. 심지어 거래 재개일 기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삼보산업도 액면분할 후 거래 재개일 대비 현재 -61.7% 급락했고 장원테크(-32.8%), 삼부토건(-29.3%), 풀무원(-28.3%), 아이에이(-25.2%)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주당 1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불리던 롯데칠성도 지난 5월 액면가를 10 대 1 비율로 낮추면서 유통 주식 수를 1주에서 10주로 늘렸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했다. 롯데칠성 주가는 거래 재개일 대비 현재 -20.8% 하락한 상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주당 단가가 높으면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수급을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을 실시했지만 요즘 주식시장은 기업가치나 업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롯데칠성의 주가가 떨어진 이유도 주류사업에서 일본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빠진 영향이 시장에서 가격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당 가격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춘 풀무원은 주가와 거래량이 모두 줄었다. 주가는 거래 재개일 대비 현재 -28.3% 떨어졌다. 수급을 보면 거래 재개일인 올해 5월 7일부터 현재까지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27억원어치, 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간 각각 69억원어치, 2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건 옛일라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이 곧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도 옛말이 된지 오래”라며 “주가 상승 요인으로 기업 및 업종의 미래가치, 수급, 시장상황 등 세 가지가 관건인데 올해는 특히 전반적인 주식시장 부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