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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대응 추경편성, 원칙부터 세워야

[칼럼] 코로나 대응 추경편성, 원칙부터 세워야

기사승인 2020. 02. 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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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비상사태다. 정부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사상 최초로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했다. 국민소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아 먹고 살 것도 변변찮던 1950년, 목숨이 오가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학교는 학생을 뽑아 가르치길 멈추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런 유별난 교육열 덕분에 ‘한강의 기적’의 밑거름이 된 인적자본이 축적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코로나 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예비비와 추경 편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전에 지금은 “예산안 잉크가 마르기 전”이라면서 추경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입장을 바꿀 것이란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경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서둘러 추경을 편성할 것을 주문했고, 미래통합당도 ‘재정원칙 준수’라는 단서를 내걸었지만 예비비 사용과 추경편성 협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아직 추경의 구체적 규모와 내역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 7.5조원과 11.6조원의 추경을 편성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피해가 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전의 규모를 넘어서는 슈퍼추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기대를 담은 주장까지 함께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로서는 고민일 것이다. 정치권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동시에 최소한 중장기적인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재정을 운용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생각하면 추경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기획재정부로서 지나치게 큰 규모의 추경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예산을 짜면서 이미 70조원의 국채를 발행한 상태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잡은 세수도 예상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차단을 위해 부족한 인력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의 규모가 원래 예산에 책정된 금액이나 예비비 등을 초과할 경우 그만큼 추경을 편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비상사태를 맞아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원칙을 견지할 것인지부터 확실하게 한 후 추경의 규모의 사용처 등을 결정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각 국민들의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피해들의 전체적인 합은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추경을 편성하면 마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정부는 생산주체가 아니므로 누군가의 소득을 옮겨와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예산에 집중해야한다. 추경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경기부진을 한방에 회복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하루빨리 차단해서 전국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이를 위한 예비비와 추경의 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그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에서 그 지역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차원의 추경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추경편성을 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입은 피해를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그렇다면 추경 규모가 클수록 좋을 것이고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럴 경우 추경의 규모는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추경의 재원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19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추경을 하더라도 확실한 원칙 아래 실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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