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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로 수면 위로 올라온 원격의료

[칼럼] 코로나19로 수면 위로 올라온 원격의료

기사승인 2020. 03.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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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랩스_이병환 대표_사진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2000년 강원도 보건소에서 첫 원격진료 시범사업 시행 후 20년 만이다. 그동안 불완전한 진료와 처방·오진의 위험·병원 진료 시스템 붕괴 가능성 등 여러 이유로 국내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 원격진료를 금지해왔다. 팬데믹 상황으로 치달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가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한시적 원격의료 허용에 반발하며 한계가 분명한 전화상담과 처방으로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에서는 해당 시 의사회가 전화 상담과 대리 처방 허용 동의를 회원들에게 촉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상급종합병원 50%, 종합병원 56%, 의원 72%가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 예정이라고 답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과 일본은 일찍이 도입한 원격의료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중국 전역 온라인 병원은 지난해 5월 기준 158개에 달한다. 광둥성 온라인 병원의 일 평균 진료 환자 수는 4만명을 상회한다. 이번 코로나19 여파에 원격의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중국 원격의료 시장은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모양새다. 다수의 시장조사기관은 올해 234억위안(약 3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지난해 1월 라인이 일본에서 소니 자회사 M3와 합작 설립한 ‘라인헬스케어’는 글로벌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료 사업과 원격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 지난 2월 이용량은 전월 대비 무려 40배가 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들에서는 원격 의료를 통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의료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코로나19로 인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보건의(GP)에게 전화 또는 화상 연결을 통한 원격 상담을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원격의료회사인 텔레닥이 원격의료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60%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5억 달러(약 28조6976억원)에서 2021년 412억 달러(약 46조185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망했다. 원격의료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의료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도 시행하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원격의료는 1995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첫 시행 후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1239억원)에 달할 것이며 2000만명 이상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원격진료 앱 ‘할로닥’ 이용자는 200만 명이나 된다.

한국은 5G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임상 연구 역량을 가진 병원들이 있으며,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국내 의료진과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와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병원 밖의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여 더 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들이 준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가 원격으로 전격 허용되기까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 등 결코 쉽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세계화 시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원격 모니터링·진료·처방 및 의약품 배송 등 원격의료에 대해 다각적이고 진지한 담론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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