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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중국의 묘한 시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하에서 차분하게 치러진 총선을 보는 눈도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외견적으로는 혐한 감정 탓인지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논평없이 그저 결과를 보도하는 관영 언론의 논조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질서정연하게 성공적으로 국가적 대사를 치른 것에 대해 깜짝 놀라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총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정말 훌륭하게 선거를 치러냈다. 게다가 아무 사건, 사고도 없었다.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속으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세계가 배워야 한다”는 마샹우(馬相武) 런민(人民)대학 교수의 평가만 들어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다분히 의도적인 전반적 분위기는 마 교수의 평가와는 다르다고 해야 한다. 사실 중국의 이런 자세는 전 세계의 찬사를 듣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굳이 높이 평가하려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막말로 “그 정도도 못하면 그게 나라냐? 우리는 더 훌륭하게 코로나19를 물리쳤다”라고 애써 자위하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이다. 어떻게 보면 루쉰(魯迅)의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의 전매특허인 정신승리를 지금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좋다. 단언컨대 이런 자세는 진정한 대국의 풍모를 보여주는 것이 분명 아니다. 계속 그러다가는 주위 국가들로부터 인정, 더 나아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의 고질병인 이른바 훙옌빙(紅眼病·질투로 눈이 붉어지는 증상)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이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만 괴롭게 된다. 이 불후의 진리를 모르지 않는다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아Q 스타일의 정신승리 같은 자세는 과감하게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을 바라보는 복잡미묘한 감정은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 혐한 감정을 훌훌 털고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진짜 이렇게 된다면 한중 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 아Q의 정신승리는 중국의 진정한 승리를 좀먹는 바이러스라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