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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삼성전자 평택 낸드 투자…왜 값 싼 낸드?

[취재뒷담화] 삼성전자 평택 낸드 투자…왜 값 싼 낸드?

기사승인 2020. 06.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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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기여도 높은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
진입장벽 낮아 도전에 시달려…해자 구축
삼성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출처 삼성전자
삼성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일 경기도 평택 2공장에 8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이곳에 9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신설한다고 밝힌 지 11일 만입니다.

삼성전자가 수조원 단위 공장 증설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던 삼성전자가 D램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자도 많고 수익성도 낮은 낸드에 투자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일단 낸드 시장 글로벌 점유율 33%로 1위인 삼성전자가 현재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반도체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게 낸드 제품 양산입니다. 중국 반도체업체 YMTC는 올 연말 최신 기술에 해당하는 128단 제품 양산을 공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정말로 YMTC가 128단 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한다면 한국 업체와의 중국 업체의 기술 격차는 2년 내로 줄어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기존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유지하고, 여차하면 공급량을 늘려 경쟁자를 정리하는 ‘치킨게임’에 대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라고 하지만 수십조원을 투자해 막 양산을 시작할 때 삼성이 고성능 낸드를 대량으로 공급할 경우 중국산 낸드는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의 이번 낸드 투자 전략은 워렌 버핏이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거론하는 ‘해자’(垓子·외부 침입을 막으려고 성 주변을 파서 만든 못)를 보강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컴퓨터 수요가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재고가 2주 수준에 불과하다”며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12 등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평균 낸드 양이 늘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올해 글로벌 낸드 수요는 25% 증가하는데 공급은 22%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즉 하반기 이후에는 제조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펼쳐진다는 뜻입니다.

낸드는 D램과 함께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에 중요한 축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통해 확장하려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산토끼’면, 메모리 반도체는 ‘집토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산토끼’ 사냥 전 ‘집토끼’ 다잡기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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