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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의성과 경력을 연결해 은퇴직업설계에 도전하라

[칼럼] 창의성과 경력을 연결해 은퇴직업설계에 도전하라

기사승인 2020. 07. 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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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우러난 작은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하거나 세상을 바꾸고 있다. 현대가 바로 그런 시대이고,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 사회에서 창의성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 중요한 능력이라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은퇴설계 역시 이런 시대에 맞게끔 준비해야 한다. 창의적 은퇴설계를 위해 과거의 생각들이나 고정관념, 편견을 깨자. 그것이 창의적 은퇴설계의 출발이다. 은퇴 후 직업설계가 중요한 상황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 직업을 통해 매월 들어오는 돈은 연금이 주는 효과보다 크다.

그래서 은퇴 후 경제활동, 즉 직업설계는 교육과 컨설팅에서 언제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은퇴 후의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재취업 아니면 창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사회적인 존경과 높은 수입이 있는 좋은 자리에 옮기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자리는 많지 않아서 여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차지가 되지 않는다.

일부 은퇴자들은 창업을 생각하는데 자영업 실패율이 매우 높다. 은퇴 후에 사업에 실패하면 타격이 크다. 그래서 리스크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직업에서 눈높이를 낮추는 게 좋다고 한다. 지위나 수입이 크게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재취업이나 창업이나 모두 주어진 틀 안에서 있다. 눈높이를 낮춰서도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발상을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회계 파트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이 있었다. 재취업하려고 이곳저곳을 알아봤는데 쉽지가 않았다.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동안 쌓은 역량을 포기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안정된 회사의 정규직 재취업을 생각에서 지웠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작은 회사를 보니 일주일에 서너 시간 정도의 전문 회계업무가 존재하는데 사람을 쓰기도 안 쓰기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사람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총 일주일에 한나절씩 출근하는 총 네 곳의 직장을 얻어 그 때 그 때 필요한 회계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수입도 그런대로 괜찮고 오후 시간이 여유로워 괜찮다고 이야기 하며 우스갯소리로 경리사원과 회계사 사이의 틈새를 찾았다고 말한다. 물론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선호할 수 있지만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기존의 틀을 바꾸는 비정규직 취업도 무조건 도외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경우를 현대사회의 새로운 고용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고용되어 있으면서도 조직에 완전히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파는 형태다. 경영학자 톰 크루저는 ‘나 주식회사’라고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인 기업’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프리에이전트’라는 개념도 있다.

어떤 이름이 되었든, 계약이나 고용 상태에서 자기 서비스를 회사에 판매하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역량 등을 살릴 수 있으면서 현실적으로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와 형태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리라 본다. 이런 형태를 더 전문화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는 창의적 직업설계가 가능해진다.

보통 직업 분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 현재의 변화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항상 새로운 직업의 탄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소비생활 어드바이저, 여가생활 상담원, 개인 소셜미디어 관리전문가, 디지털장의사, 주변환경 정리전문가, 이혼부모 코디네이터, 이혼 플래너, 냄새 판정사 등의 직업이 생겨났다. 이것을 더 쪼개고 비틀고 현실과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각색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을 내세워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취업이든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창의적 직업설계는 지금의 은퇴 전후 세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 세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여기서 빈자리를 찾고 합리적인 가격을 매기면 더 잘 통할 가능성이 높다. 창의성이라는 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존재하는 것의 형태를 바꾸고, 나누고, 합치는 등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경험과 배경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데 은퇴 전후 세대는 그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또한 현실 감각과 인간관계가 풍부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또한 근무형태와 직업세계가 나날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것과 다른 사고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기존 형태에만 얽매인다면 새롭게 다가오는 가능성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바란다. 우리 생활공간에 존재하는 틈새를 찾자. 오랜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그 세계와 환경을 통찰하고 빨리 그것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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