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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권고에 노조와해 2심 무죄…이재용 뉴삼성 ‘청신호’

불기소 권고에 노조와해 2심 무죄…이재용 뉴삼성 ‘청신호’

기사승인 2020. 08.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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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수집 증거에 엄정한 잣대 들이대
달라진 삼성, 삼성디스플레이 등 노조 인정
이재용 해외 행보 시 손정의 등과 만남 기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hoon79@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위법증거 수집을 이유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삼성 측이 남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보는 눈치다. 법원이 검찰의 수사방식과 물증 확보과정을 두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삼성 측이 남은 재판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임할 수 있어서다.

특히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리할 경우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뒤로 하고 새롭게 도약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경우 파운드리·차세대 디스플레이·바이오의약품 등 ‘뉴삼성’을 위한 차세대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관련 주요 형사사건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자본시장통합법 위반 등 혐의)이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도 받고 있다.

또한 이 전 의장이 전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과 더불어 노동조합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삼성 애버랜드 노조와해’ 사건도 아직 남았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임직원은 현재 이 건으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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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0일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
삼성 측은 이 전 의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때 “다시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뒤 경영 방침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단순 경영 방침을 바뀐 걸 떠나 삼성은 공식적으로 노조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달 말 사측으로부터 “노조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삼성 계열사 중 최초로 받았다. 아울러 사측은 노조 전임자를 받아주고 사무실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노사 단체교섭은 8월 말 현판식 이후 진행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현재 삼성 계열사 중에선 민주노총 산하에 삼성전자서비스·에스원·삼성엔지니어링 등의 노조가 있으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화재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이처럼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법원도 삼성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직접 준법경영을 당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 측은 법원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기소 여부도 확실히 모르는 상황”이라며 “법무팀의 대응전략 등은 기소 이후 문제”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관련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위법수집 증거가 쟁점이 되는 사안이 아니기에 이 전 의장 건이 직접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관련 사건을 지휘하던 한동훈 검사장 등 ‘특수통 검사’들이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자리를 뜨고, 앞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내려진 이상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법관 출신인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답을 알려주고 문제를 풀라는 출제자’와 같다”며 “검찰이 기소해도 삼성이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한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따른다면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족쇄에서 풀려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그가 그리는 ‘뉴삼성’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 삼성은 현재 전 계열사가 차세대 먹거리 준비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에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를 꾀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제품인 퀀덤닷(Q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바이오약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1조7400억원을 투자해 송도에 4공장 신설에 나섰다.

만일 이 부회장이 불확실성에 벗어나게 될 경우 해외 경영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일하게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5월 시안 반도체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중국 당국자들과도 만났다.

그가 해외행보를 재개할 경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지분 인수를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거나,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회장과 만나 중국과 갈등 중인 인도에 삼성전자의 5G(세대)통신장비 납품을 위해 논의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으로 시간을 보낸 것보다 대한민국 수출을 위해 뛰는게 국민들에게 더 큰 이익 아니겠냐”면서 “과거 잘못은 잘못이지만 삼성을 억누르는 제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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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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