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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장마·태풍의 폭우로 침수차가 1만대를 넘어서자 ‘코로나19’ 조심하라는 얘기와 함께 가장 많이 듣는 안부인사 중 하나입니다. 이번 주 또 한차례 강력한 태풍 ‘바비’가 온다고 하니 신고되는 침수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침수차가 대거 중고차 시장에 풀리는 시점이 열흘도 안 남은 9월 입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전문가들은 연일 중고차 살 때 침수차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느라 바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업체 ‘케이카’에선 침수차량 판매 시 전액 환불에 100만원을 더 보태어 보상해준다는 공약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어떤 이들에겐 ‘장마철 특수’로 작용해 코로나19 불황을 견디게 해 줄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내수시장 선전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판매가 주저 앉은 상황에서, 우리 내수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6%대 성장을 기록하며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실적을 방어해줬고 수입차 판매 역시 15%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드는 최소 올 연말까지 꾸준히 판매가 유지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침수로 인한 신차 수요는 이들에게 뜻밖의 모멘텀임이 틀림없습니다. 1만대에 달하는 침수차 차주들이 새 차를 찾을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차량 구매를 고민하고 있던 이들 역시 중고차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자연스럽게 신차로 눈길을 돌릴 수 있어서입니다.
연초부터 신차를 쏟아내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역시 카니발·싼타페·투싼·GV70을 출시하며 폭우로 갈 길을 잃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수입차업체들 역시 60개월 무이자 할부 같은 파격적 프로모션을 쏟아내며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 수해가 많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고가 주상복합 건물 주차장에 고가의 수입차들이 대거 침수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침수차가 신차 수요를 부추길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소비자 심리를 읽은 맞춤형 프로모션과 비대면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 전략 등 각 사의 고민과 노력이 바탕이 될 것입니다. 9월 국내외 어느 회사가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