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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공력’ 중형 증권사, 대체투자 ‘알짜를 공략하라’

‘눈칫밥 공력’ 중형 증권사, 대체투자 ‘알짜를 공략하라’

기사승인 2020. 0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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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투 변동성 대응 역량 확대
하나금투 우수 공모형 상품 발굴
메리츠증권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
대신증권 저금리시대 리츠에 공들여
키움증권 동학개미 수혜 전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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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하반기 경영전략
‘외형보다 내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몸집을 불리던 중형 증권사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내실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사와 풍부한 유동성을 딛고 치고 올라오는 소형사 사이에서 ‘눈치싸움’을 벌이며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자본확충으로 초대형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간판을 달 조건을 갖췄지만 당국의 공식 인가와 신사업 진출은 잠정 유보했다. 대체투자와 우량 딜을 중심으로 ‘알짜 사업’에 집중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방어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적인 수익모델은 대형사들이 선점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서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이다. ‘브로커리지 강자’ 키움증권은 증시 호황기를 발판 삼아 성장을 꾀한다. 대신증권과 하나금투, 신한금투 등은 계열사와 시너지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6~10위 증권사(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16조7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대형 증권사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자본확충 등으로 몸집을 키워온 결과다.

그러나 초대형IB로 출격을 준비했던 중형사들은 한 발 물러섰다.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각종 규제에도 대비해야 해서다. 올해 1분기 해외 주요국의 증시 불안으로 국내 증권사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조만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제한 및 ELS 총량 규제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재무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또, 사모펀드관련 이슈로 불거진 신뢰 하락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 ‘은행계’ 신한금투 ‘조직 정비’ 하나금투 ‘우량 딜 발굴’

은행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계열사와 협업으로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두 증권사는 모두 금융지주의 경영 전략에 맞춰 디지털 전환과 은행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IB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 전략의 방향은 다르다. 신한금융투자는 아직 라임 환매 중단 여파를 수습해야 하기에 조직 재정비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2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라임자산운용과의 공모
혐의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관련 여파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올해 초 취임한 이영창 사장은 소비자 보호 조직을 재편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신뢰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또한 ‘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를 신설하고 상품 판매 점검과 완전판매 프로세스·사고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유동성이나 시장, 신용위험 등 변동성에 대비해 대응 역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주축인 IB부문에서 우량 딜을 발굴해 WM에도 접목하려 하고 있다. 신규 딜의 경우 우량 딜 위주로 제한적 접근을 추진하면서 현지 법인과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 맨헤튼에 있는 상업용 오피스텔에 9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상반기 IB부문 반기순이익은 1458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84%를 차지한다.

하나금투는 앞으로도 신재생 에너지나 항공기 등 새로운 투자분야를 개척해 대체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반기에는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수요에 발맞춰 우수 공모형 상품을 발굴하고, 자사 우량 딜과 연계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위험에 대해서는 적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산부채 관리 고도화 과정도 진행 중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하반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시장 환경의 제약과 변화는 지속될 전망이라 유연한 대응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특히 당사의 성장 중심축인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우량 자산 발굴을 통해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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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대신 ‘부동산’ …키움 ‘개미 공략’

부동산 금융에서 강점을 가진 메리츠와 대신증권은 하반기에도 이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방어 전략을 펼친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IB부문 사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증권사 자기자본 16위(5252억원), 순이익 30위에 그쳤던 중소 증권사였지만 높은 수익력을 바탕으로 규모면에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수익성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재무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부동산PF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PF 대출채권 매입확약 등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가 상승해왔다. 지난해 연말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8조5000억원으로 당시 자기자본의 약 2배에 달했다.

메리츠증권의 하반기 전략도 상반기에 이어 ‘재무구조 개선 및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 목표’에 있다. 상반기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및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채무보증액은 1분기 8조원, 2분기 6조2000억원까지 줄였다.

아울러 물류센터, 신재생에너지, 산업인프라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을 지원해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그룹이 밝힌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4조원을 지원하는 ‘한국판 뉴딜’ 금융 지원안에 맞춰 투자은행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철저한 유동성 관리와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좋은 사업기회를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저금리 시기 대안으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및 대체투자 부문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00% 자회사인 대신자산신탁 출범에 공을 들였다. 지난 2월에는 대신자산신탁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본인가를 취득했다.

지난달 대신자산신탁은 제1호 리츠상품인 ‘대신케이리츠물류1호’를 출시하고 공모 일정을 소화했는데, 올해 공모리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인 14.05:1을 기록하며 리츠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계열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리츠 상품을 만들 예정”이라며 “민간임대주택, 재간접리츠, 도시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서 공모리츠 등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뼈아픈 상반기를 보냈다. 상반기 누적 기준 연결 영업이익은 36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4%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88억원으로 77.6% 줄었다. 2분기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충당 부채 등 총 938억원의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IB 영업활동도 부진했다.

이에 대신증권은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모든 금융상품을 점검하고 전반적인 영업 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해 금융소비자보호총괄(CCO)과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했다. 상품내부통제부는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 소속 부서로 금융상품의 도입부터, 판매, 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한다. 사후관리와 제도 단계에서는 판매 상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슈 발생 시 가입고객에게 해당 펀드에 발생한 이슈를 안내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은 하반기에도 개인투자자들을 공략해갈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 상반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신규 개인투자자 대규모 유입의 최대 수혜 증권사로 꼽혔다. 2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전체 점유율 22%에 달한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3244억원, 순이익 22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08%, 7.74% 늘어난 수치다. 2분기 실적을 두고 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2분기 순이익 증가폭이 전년 대비 316.96%로 가장 컸다.

주식 거래 급증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주식시장 상황과 이익변동성이 연동된다는 점을 지적받아 왔다. 그러나 회사 측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위험자산에 대한 개인의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2분기 일평균 시장거래대금 26조5000억원 대비 지난 7~8월 일평균 시장거래대금은 30조2000억원으로 약 13% 증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시장 전체 및 당사의 신규계좌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주식뿐 아니라 개인고객들의 해외주식 및 해외선물의 직접투자 비중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리테일 부문에서 현재의 견고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 콘텐츠 구독서비스, 온라인 원격재무상담 서비스 등 디지털 자산관리 전략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대하고 신규 상품도 적극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지점 없는 증권사라는 장점을 살려서 디지털 전략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주식세미나가 활성화된 가운데 키움증권 역시 투자자들에게 콘텐츠를 활발히 제공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온라인 무료증권방송인 ‘채널 K’와 유튜브를 통해 주식투자정보와 세미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키움증권 유튜브 구독자수는 8만명으로 증권업계 1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 등으로 증시가 흔들릴 요인도 남아있고, 정부 규제 도입도 예정돼 사업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중형 증권사도 몸집 불리기를 위한 자본 확충이 아닌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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