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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담배 심부름 하는 어른들…“거스름돈은 가지세요”

청소년들의 담배 심부름 하는 어른들…“거스름돈은 가지세요”

기사승인 2020. 09. 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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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 작은 성인 여자에게 접근해 '담배 알바' 요구
허술한 신분 확인 틈타 신분증 도용 사례도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편의점 야간 취식행위도 금지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성인 남자 두 명의 모습.(본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연합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어른들에게 이른바 ‘담배 알바’를 시켜서까지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떨어지다가 최근 다시 오르는 추세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엔 2016년 2.7%에서 2019년 3.8%로 약 40%의 증가율을 보였다. 남학생도 2016년부터 9~10% 사이를 오가며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학생 10명 가운데 1명이 흡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담배 구입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이들의 담배 구입 경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담배를 중고거래 시장에서 몰래 거래한다든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20살이 넘은 형들에게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 것이다.

일명 ‘담배 알바’도 성행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흡연을 했다는 19살의 고3 학생 A씨는 “담배 알바라는 게 있다”며 “길거리에서 착하게 생긴 성인 한 명에게 다가서서 만원을 건네주며 담배 한 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담배를 구매하고 남은 거스름돈은 심부름 값으로 대리 구매해준 성인이 갖는 형식이다.

이 방법은 주로 남학생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게 담배 알바를 대리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남학생이 주로 길거리에서 성인 여자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기자가 A씨에게 “주로 성인 여자에게 부탁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A씨는 “우선 남자인 우리보다 체구가 작고 대부분 위압감을 느껴서 그런지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이어 “가끔 성인 남자들에게 부탁할 때도 있지만 혼나는 경우가 많아 성인 여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소년 흡연자 B씨는 성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담배를 구한다. B씨는 편의점같은 담배 판매처에서 신분증 검사를 소홀히 하는 것을 활용해 직접 담배를 산다.

B씨는 “내가 어려 보이는지 10번 중 7~8번은 신분증 확인을 한다”며 “그럴 때마다 내 신분증이 아닌 형의 신분증을 내밀거나 작년에 발급 받은 주민등록증을 내민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민등록증을 보면 성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세히 출생년도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B씨는 이런 방법을 이용해 작년부터 직접 담배를 사서 피웠다.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파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지만 실시간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고, 처벌 수위도 약하다. 특히,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지만 물건을 구매한 청소년들은 ‘청소년보호법’의 이름에 숨어서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훈계에 그치는 수준의 처벌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에 대한 경각심과 두려움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B씨의 친구인 C씨는 “담배를 사다가 걸려도 꾸지람만 받고 끝나기 때문에 처벌에 대한 무서움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담배를 사려고 한다”며 “담배를 태우지 않는 친구들도 너무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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