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휴대폰 생산 절반 이상 '핵심 생산거점'
19일 이재용 부회장 베트남行…총리와 면담도
이 부회장, 전기차 배터리 투자설에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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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개별 면담에서 이렇게 요청했다. 삼성이 베트남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내에서 베트남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기지로서의 이점이 빠르게 사라지며 ‘탈(脫)중국’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행은 삼성전자 연간 휴대폰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핵심 생산거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삼성이 지금껏 베트남에 투자한 규모만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번 출장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하는 이 부회장이 푹 총리의 지속적인 투자 요청에 구체적으로 화답할지도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법인 매출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베트남 경제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전화 공장을, 호찌민시에 TV·가전제품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베트남 생산법인 3곳의 매출액 합계는 60조원에 달했다. 2018년보다 11%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타이응우옌성 생산법인(SEVT)의 매출은 32조8320억원으로, 지난해 베트남 최대기업 톱(TOP) 500에서 1위에 올랐다.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등 2곳의 법인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연간 1억5000만대로, 삼성전자 전체 연간 생산량(3억대)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박닌성 옌퐁공단 내에서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생산법인의 지난해 매출 규모도 16조원을 넘어선다.
이 부회장의 19일 베트남 출장에 노태문 무선사업부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동행한 것도 베트남이 휴대폰 생산의 전진기지라는 무게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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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이 모두 베트남에 진출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 당국에 승인받은 투자 규모는 95억 달러(약 11조원)나 된다. 삼성그룹 전체로는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웃돈다. 동남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도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 2월 말 첫 삽을 떴다.
2018년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 차지하는 600억 달러(약67조원)를 수출할 정도로 삼성의 베트남 내 경제기여도가 높아지면서 베트남 정부의 투자확대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푹 총리는 이 부회장을 만날 때마다 “삼성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며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공장 등 투자 확대를 요청해왔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 부회장과 푹 총리가 만난 자리에서 통상적인 사업 협력방안 외에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신설 등 삼성의 추가 투자계획이 공개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일각에서 나오는 베트남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길에 전기차배터리 공장 관련 투자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