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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백신 포비아’의 시작… 인천과 고창 현장을 가다

[아투탐사] ‘백신 포비아’의 시작… 인천과 고창 현장을 가다

기사승인 2020. 10.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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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한산한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
독감백신 접종을 받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독감백신과 사망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과 역학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질병관리청은 “양자 간 특별한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예방접종은 예정대로 계속된다” 입장을 견지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일단 사인 규명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예방접종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들이 한 해 1000명이 넘고,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라도 독감 예방접종이 더욱 필요하고 서둘러야 한다는 게 지금의 정부 입장이다.

◇ ‘독감백신 포비아’의 진앙지, 인천 미추홀구

공포의 시작은 인천이었다. 지난 14일 낮 12시 인천 미추홀구의 한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받은 남학생이 이틀 뒤인 16일 오전 숨졌다. 21일 오전 몹시도 흐린 가을날, 이 곳을 다시 찾았다.

우선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경찰서와 보건소로 향했지만, 관련 기관들은 사망자 신상 및 독감과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언급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미추홀경찰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단체생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며,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예방접종 확인증을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접종을 권장한 상태”라며 “학교 측은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을 장려한 것인데, 학교 등 학생의 신상이 특정되면 여파가 매우 클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구두소견을 통해 사망 원인 미상이라고 발표했다”며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와야 사망 원인을 단정 지을 수 있는데, 정밀부검은 짧으면 일주일, 길면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추홀구 보건소 관계자도 “사망한 학생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며 “현 상황에선 백신과 사망 사이 어떠한 연관성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미추홀구 학익2동에 거주하는 A씨(38)는 “이번 주말에 온 가족이 다 (백신을) 맞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미뤄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추홀구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B군(18) 역시 “내 또래 건강했던 친구가 죽었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며 “독감 주사를 괜히 맞았다가 큰일날 것 같아 접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내과에서 만난 안정희씨(37)는 “코로나19 때문에 독감에 걸리면 괜히 눈치가 보일 것 같아서 걱정은 되지만 일단 독감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며 “애초에 풀린 물량이 적어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다가 백신이 남은 곳을 겨우 찾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씨는 “사망자가 노년층에서 많이 나온다고 하는 만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는 접종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의외로 몇몇 병원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러 온 이들로 북적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제조사가 어디냐”,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 차이는 없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접종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 사망자가 전부 무료 백신 접종자 중에 나왔기 때문에 유료 예방접종 예약을 취소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만 12세 이하 어린이용 백신은 솔직히 없어서 못 맞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병원의 관계자는 “9월 중순에 접종한 분들까지 백신에 문제없는 것 맞느냐고 전화를 하고 계신다”며 “제약사가 어딘지 묻는 전화도 상당히 걸려 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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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의원이 문을 닫은 모습./사진 = 최현민 기자
◇ “어머니 몸에 칼 댈 수 없다”…부검 거부했던 고창 김 할머니 유가족

고창군청에 도착한 것은 21일 오후 1시경. 경찰서, 군청 등 어디부터 가야할지 막막했다. 알고 있는 정보라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의 한 의원에서 지난 19일 오전 무료 독감 백신을 맞은 김 모 할머니(78세)가 다음 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뿐이었다.

우선 고창군보건소를 통해 고인을 모신 장례식장과 부검 진행 여부부터 확인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백신으로 인한 이상반응을 신고하게 되면 부검을 해야 하는데 유족분들이 부검은 싫다고 했다”며 “아무래도 어머니 몸에 칼을 대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며 “이는 보호자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 부검을 거부했다가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빈소 상황을 살펴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낮 시간이라 조문객들이 많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무거워 유족분들께 말 걸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유족분들께 어머님 평소 건강상태와 부검을 결심하신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지금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상대도 하지 않을 것이니 당장 빈소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조문객들을 통해 고인의 평소 건강이나 접종 당일 컨디션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아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유족 등의 인터뷰를 거부당한 기자는 고인이 독감 백신을 접종받았던 의원과 마을을 찾았다. 면내에는 의원이 하나뿐이라서 면사무소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창 바쁠 시간인 오후 3시경 도착했음에도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의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약국에 들어가 금일 의원 영업은 안 하는지 물었다. 약국 관계자는 “원장님 컨디션이 안 좋으셔서 오늘 하루 쉰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고창군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고인과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주민 99명 모두 중증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같은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 주민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이상 반응은 신고되지는 않았다. 해당 백신은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제조번호 A14720016)로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을 떠나면서 우연찮게 고인의 살아생전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할머니는 건강해보였다”며 “오전에 백신 접종받은 후 오후까지도 평상시와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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