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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생존 몸부림 치는 대한항공에 찬물 끼얹는 서울시

[취재뒷담화] 생존 몸부림 치는 대한항공에 찬물 끼얹는 서울시

기사승인 2020. 10.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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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부지 놓고 대한항공-서울시 갈등 심화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연합뉴스
“일단 내년까지 버티는게 목표다.”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회사의 주수익원인 여객기 운항이 멈추자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기로 전환해 운영하는가 하면, 임직원의 70%에 달하는 1만2600여명을 순환휴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4대 보험료 납부도 여의치 않아 납부 유예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달 중 정부에 1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고, 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서울 송현동 땅,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제주도 연동 땅(200억원) 등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조리 꺼내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서울시가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매각이 시급한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사들이겠다니 언뜻 보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깊어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에 맡기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시세대로 최소 5000억원 이상에 매각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467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헐값’인 이 자금도 당초 서울시는 2022년까지 나눠서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중간에서 땅을 사들이는 ‘3자 매입’으로 지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LH와의 협의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권익위의 조정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이미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이 포함된 북촌 지구단위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했습니다. 법적 효력을 갖는 고시만 남겨놓은 상태로, 권익위 발표와 상관없이 송현동 공원화는 이미 정해진 답인 것입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역시 지난 20일 국감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 “법적으로 사유재산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송현동 공원 강행방침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시가 권익위 중재안 발표 이후 대한항공과 어떤 방향으로 협상에 나설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부지 가격을 시세에 맞게 다시 책정하고,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송현동 땅 매각 작업을 진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정상 출근하고 싶은 1만8000여명의 대한항공 직원도 서울시가 중히 여기는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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