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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코로나 백신, 늦더라도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야”

[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코로나 백신, 늦더라도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야”

기사승인 2020. 1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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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유행 때 백신 대란 경험
국내기업들, 개발 포기해선 안돼
세계수준 개발 역량에도 저평가
해외영토 넓혀 인지도 높일 시점
기업투자 확대 경쟁력 강화 노력
정부도 체감 가능한 통 큰 지원을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과거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한국은 기술력과 인력 부족 등으로 외국회사에 구걸하다시피 백신을 구해올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제약사가 단시간 내에 백신을 개발한 뒤에야 백신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해외제약사가 백신과 치료제를 먼저 만들더라도 국내 제약사들이 직접 개발에 성공해야 국민들에게 어렵지 않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 규모는 세계 12위로 여전히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K-바이오’의 위상을 높여야 할 때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회장은 11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원 회장은 약사 출신으로 대한약사회장, 제18대 국회의원, 사회보장정보원 원장 등을 지낸 뒤 2017년 제21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협회를 이끌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잇따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해외로 수출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식을 전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위치는 10위권 밖이다. 이에 원 회장을 직접 만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황 및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우리 ‘미래 신사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늦더라도 반드시 국산 치료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조만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아직 발표는 안 했지만 백신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회사 가운데 벌써 임상 3상까지 간 회사도 있다”면서 “다들 총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히 언제, 어떤 회사가 개발에 성공할 지는 그 누구도 장담 못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다. 혈장치료제는 GC녹십자, 항체치료제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지난 8월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a를 승인 받고 지난 9월 18일 최초 시험대상자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 9월 17일 임상 2·3상을 승인받고 10월 6일 최초 시험대상자를 확보했다.

원 회장은 최근 일부 제약·바이오사들이 임상 1상에 성공한 것도 언론에 공개해 주가 변동폭을 키운다는 우려에 대해선 “제약사들이 초기 임상결과를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인 산업 발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지만 임상을 실패했다고 해서 지나친 평가절하로 이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실패한 약물을 임상 디자인을 통해 다른 약으로 개발하거나, 추가 임상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원회장은 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아직 세계 무대에선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세계 12위, 전 세계의약품 시장에서는 1.6% 정도 비중으로 인력과 자본력 등에서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며 “민·관이 협력해 선진국과 진출 가능한 거점국가를 집중 공략하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지도와 비즈니스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된 제네릭 생산 및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미국의 경우 신약개발에만 치중하고 의약품 상당수를 인도, 중국에서 수입해 오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감기약, 두통약 등 일상적인 약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는 제네릭 의약품의 80% 정도를 자체 생산하다 보니 일상 생활서 쓰는 약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주변에서 약을 쉽게 구하다 보니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신약개발과 생산시설에 투자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18.8%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에스티팜이 16.1%, 종근당 12.8%, 동아에스티 12.6%, 대웅제약은 12.6% 등 매출 대비 R&D 투자를 높여나가고 있다. 원 회장은 “이런 변화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한국 제네릭 산업의 가치가 확인된 데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선진제약산업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적인적 투자와 연구개발, 혁신에 주력하고 있지만, 규모 면은 아직 열세하다”며 “혁신 신약과 개량의약품, 제네릭 등 각 분야별로 기업체들이 보유 중인 노하우를 더욱 특화, 발전시켜 산업전반의 혁신성과 경쟁력을 향상 시켜야 한다. 대형, 중견, 소형 등 각각의 특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산업의 다양성을 포괄해 나가면서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한국형 제약산업의 모델이자 비전이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재평가,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등 중복적인 약가인하 기전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약가정책 시행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간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에 투자하는 R&D 지원금은 약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고 또 국제적인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장 조사 분석기관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처방의약품 매출액은 2020년 9040억 달러(약 1073조원)에서 연평균 7.4% 성장, 2026년 1조 3903억 달러(약 16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제2, 제 3의 코로나19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이를 대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목 회장은?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약사 출신으로 1977년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2003년 강원대 약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제33대, 제34대 대한약사회장을 지냈으며, 2008년 5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임기 4년 동안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 2013년 12월부터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을, 2015년 7월부터는 사회보장정보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 21대 회장에 취임했다. 약사출신이면서 대한약사회장 등을 역임한 경력이 제약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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