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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수수료 30% 고착화에 멍드는 소자본 브랜드들

패션 플랫폼 수수료 30% 고착화에 멍드는 소자본 브랜드들

기사승인 2020. 11.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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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높은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찾아오지만
메인에 뜨면 '대박' 아니면 '쪽박'
네이버 스토어팜 수수료 4~5% 보다 5배 이상 비싸
패션플랫폼횡포
아시아투데이 삽화
“저희 브랜드는 무신사·서울스토어·스타일쉐어·힙합퍼 등 메인으로 꼽히는 온라인 패션플랫폼에 대부분 입점해 있다. 패션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평균 수수료는 약 30%다. 식품·가구 등 다른 업계보다 높은 수수료가 고착화돼 소자본 브랜드들은 부담이 크다.”

15일 아시아투데이의 익명 인터뷰에 응한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 A대표의 말이다. 그는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에서 대규모 할인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높은 수수료율 때문”이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브랜드는 수수료를 다 내고도 단가가 낮아 지속할 수 있지만 소규모 브랜드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특정 기간에 마진을 남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정책 탓에 우는 소자본 창업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무신사·W컨셉·스타일쉐어·서울스토어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브랜드에 요구하는 평균 수수료율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브랜드의 인지도와 판매량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긴 하지만 식품·가구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식품의 경우 대형 온라인 플랫폼 납품시 평균 15~20%대 수수료를 지급한다. 네이버 스토어팜 수수료는 4~5%대다.

◇高수수료 정책 원인은
높은 수수료 유지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있다. B 브랜드 대표는 “소비자들이 이미 패션 전문 플랫폼에서 옷을 구매하는 것이 습관화돼있어 브랜드들이 플랫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1020 캐주얼 브랜드를 찾는 남성 소비자는 무신사, 3040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는 W컨셉, 스트릿 패션을 찾는 1020세대는 힙합퍼처럼 구매 경로가 굳어진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기존 플랫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무신사의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45만명에 달한다. 올해 전체 거래액도 1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W컨셉의 연 거래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여성복 플랫폼 중에선 독보적이다.

소자본 패션 창업 급증으로 브랜드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것도 이런 플랫폼 사업자의 높은 수수료 정책을 고착화시키는 원인이다. 패션 비전공자는 물론 대학생들까지 패션 창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공채 폐지 등으로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입점 브랜드 수가 급증하면서 기존 인기 브랜드들의 불만도 감지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수료 등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이들 업체에 입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W컨셉·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수가 한정적이었던 몇 년 전만 해도 메인 페이지에 자사 브랜드가 걸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큰 할인을 하거나 다른 채널에 주지 않은 디자인과 컬러를 판매해야 겨우 메인 페이지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W컨셉 입점 브랜드 관계자 D씨는 “메인 페이지에 걸리면 매출도 상승하지만 광고 효과가 톡톡한데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W컨셉은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필수적으로 입점해야 하는 채널이라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메인 페이지에 오르는 기준 등은 플랫폼이 정하고 우리는 따라가는 입장”이라며 “작은 배치 하나만으로도 매출이 휘청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기준을 알고 싶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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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김병욱·민형배 의원과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 과제 및 정비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제공=김병욱 의원실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준비에 주목
패션 브랜드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법 준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 과제 및 정비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다양한 상품군을 동시에 취급하며 다양한 이점을 동시에 누리는 만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지배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다수 소비자와 거래를 중개하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행위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입법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갈수록 커지는 채널로서 영향력을 고려해 소자본 브랜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에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브랜드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KB국민은행, 어니스트펀드 등 외부 금융 업체와 협력해 선 정산 서비스, 비공급망 대출 상품 등 중소 입점 업체 맞춤형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협력사들을 돕기 위해 정산 대금을 앞당겼으며, 재고 소진과 매출 회복을 돕기 위한 지원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W컨셉은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입점 중소 판매업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 협약을 맺고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지원하고 있다. W컨셉 측은 “국내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일반적으로 판매대금 정산과 지급 소요기간이 30~60일까지 소요되는데 현금 유동성 확보가 브랜드의 생존과 성장속도에 직결되는 신진 브랜드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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